한국석유공사가 재무적으로 어려운 처지에도 과거 졸속매각 논란이 있었던 울산 사옥의 재매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아 보인다.
21일 석유공사 안팎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17년 매각했던 울산 사옥을 다시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울산 사옥 재매입을 고심하는 주된 이유로는 재무상황 개선이 꼽힌다.
석유공사의 재무상황은 2020년을 기준으로 자산 17조5040억 원, 부채 18조6449억 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넘어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정도로 심각하다. 석유공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은 1979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석유공사는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 매야 하는 상황인 만큼 연간 87억 원이 넘는 사옥 임대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사옥을 재매입하고 임대료 부담을 털어버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석유공사가 사옥 재매입 관련해서도 불리한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매각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면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하게 추진했던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실패로 2008년부터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왔는데 결국 2017년 1월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석유공사 소유의 울산 사옥을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계약내용은 석유공사가 토지 880억 원, 건물 1320억 원 등 모두 2200원에 울산 사옥 및 토지를 코람코자산신탁에 매도하고 바로 임대차를 통해 계속 사옥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세일즈앤리스백(Sales & Leaseback, 소유권 이전후 임차) 방식이다.
임대차 조건은 보증금 220억 원에 연간 임대료 85억2700만 원, 임대 기간 5년(최장 15년)이다.
석유공사는 사옥을 대상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계약내용에 재매입 금액은 매각금액의 최대 109%로 돼있다.
사옥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처음 팔았을 때 가격보다 최대 198억 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석유공사가 재매입을 결정한다면 5년 동안 사옥 소유권을 코람코자산신탁에 넘겨 석유공사는 급전 1980억 원 확보했던 대가로 420억 원이 넘는 임대료, 재매입 198억 원 등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셈이 된다.
임대료부분만 따져 보면 코람코자산신탁의 5년 임대수익률은 4.3% 정도가 되는 것인데 당시 공사채 5년물의 금리가 2%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공사는 2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당시 계약에 들어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의 내용도 석유공사에 긍정적이지 않다.
석유공사는 우선매수청구권의 행사조건과 관련해 ‘5년 뒤부터 매년’을 주장했다가 ‘5년 단위로 행사’를 주장하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요구를 수용했다.
여기에 코람코자산신탁이 제3자에게 사옥을 판다면 석유공사는 5년의 임대기간을 보장해야 하고 그 이후에 만약 석유공사가 사옥을 재매입하려면 109%라는 조건은 사라지고 감정평가 금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조건이 달라져 불리하게 된다.
석유공사가 코람코자산시탁과 맺은 계약 내용을 놓고는 당시에도 노조 등을 중심으로 졸속계약이라며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감사원도 2018년에 계약의 내용이 석유공사에 손해를 줬다며 담당 직원 3명에 문책을 요구했고 결국 견책, 포상감경 등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재매입 추진의 진행상황을 놓고 “재무적으로 현재의 임대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지 재매입이 유리한지 검토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매입 추진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관련해 "현재 자본잠식에 있지만 석유공사의 현금흐름이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약 재매입을 추진한다고 가정했을 때 공채 발행 등 자금조달방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