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인터넷전문은행업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업에 진출해도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 차별성을 보여주기 어려운 데다 비대면 채널에만 집중해 대면채널이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4대금융지주도 이제 인터넷은행 눈독, 허가 받아도 경쟁력 장담 못해

▲ 4대 금융지주 로고.


12일 금융지주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은행연합회가 실시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수요조사에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금융지주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당장 진출하겠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수요조사를 했고 정리가 되면 금융당국과 협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업계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진출해 있고 토스뱅크가 7월 설립을 목표로 본인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토스뱅크 출범 이후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논의될 때를 대비해 미리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시대가 앞당겨지며 인터넷전문은행업계는 당초 예상보다 급성장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순이익 1136억 원을 거두며 2019년 같은 기간 140억 원보다 7배 이상 성장했다. 총자산도 26조6500억 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하반기 자본확충 이후 영업을 재개하며 올해 초 수신 10조 원을 넘어서는 등 시중은행보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금융지주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실무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 방침에 따라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 싶다고 바로 설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추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해 긍정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 방침을 따라야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법률상 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것에 제약이 없는 만큼 금융위 판단에 따라 진출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게 되면 단순히 인터넷전문은행 1곳이 수치상으로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3곳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분관계가 얽혀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9.35%,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9.9%를 보유한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고 하나은행도 토스뱅크 지분 10%를 확보했다.

기존에 지분투자로 우호적 관계를 맺고 업무제휴를 이어 온 금융지주와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관계로 돌아설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다고 해서 카카오뱅크처럼 성장세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지주들이 은행업에서 업력이 오래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만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뱅크의 사례를 살펴봐도 비대면으로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편리성'이 성장에 한 축을 담당했지만 그보다 소비자의 흥미를 유도한 '모임통장', '저금통', '26주 적금' 등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모든 시중은행이 자체 모바일뱅킹앱을 선보이며 비대면채널을 갖춘 상황에서도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경쟁력을 추격하지 못했는데 틀만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바뀐다고 저절로 경쟁력이 생길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금융지주들이 이미 은행을 보유한 채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면 내부적으로 경쟁만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객 수만 놓고 봐도 이미 시중은행보다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비춰지고 있어 진출 의사는 대부분 지니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우며 인원을 외부에서 다 충원하지는 않을 텐데 결국 기존 은행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금융지주가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나서며 대면채널 축소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 등으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며 비용감소 측면에서 대면채널인 점포를 줄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고령층 등 디지털 전환의 그늘에 있는 금융소외계층에 불편함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점포 폐쇄 확대 움직임에 우려를 보여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7월 임원회의에서 "점포 폐쇄로 금융소비자,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공동 노력해 줘야 한다"며 "은행 스스로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7일 발표한 은행 점포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지점과 출장소 수는 6405곳으로 집계돼 2019년보다 304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236곳이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