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뒤 3개월 동안 디지털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보험업 경험은 없지만 농협에서 손꼽히는 기획 전문가로서 강점을 살려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바일 청약 등 다른 보험사보다 뒤처진 부분을 보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3일 NH농협생명에 따르면 김인태 사장이 1월 취임한 뒤로 NH농협생명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사업전략을 지속가능 가치경영체계 확립으로 결정하고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NH농협생명은 2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은 보험 추가가입 예측모형을 통해 고객이 필요한 보험을 예측·제안한다. 설계사는 신규계약의 체결 가능성을 높이고 고객은 맞춤형 상품을 제안받을 수 있다.
NH농협생명관계자는 “보험산업의 디지털화는 빨라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소비자의 상품정보 확보, 개인정보 활용, 구매 및 소통 방식 등 보험 소비행태 변화의 명확한 분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객분석을 통한 마케팅 기회를 발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고도화하기 위해 업무제휴도 맺었다.
NH농협생명은 NH농협손해보험과 공동으로 2월 핀테크업체 애자일소다와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 공동연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NH농협생명 등은 △보험 청구서류 자동 분류 △보험금 영수증, 진단서 등 이미지 인식 및 데이터 추출을 위한 인공지능 광학식 문자판독장치(AI OCR)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등의 연구개발에 힘을 모은다.
보험서비스의 비대면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을 활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NH농협생명은 올해 모바일청약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청약은 비대면으로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최대 장점이다.
담당 설계사가 고객에게 모바일 청약서를 전송하면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청약서 링크가 전달된다. 고객은 링크를 열어 청약서를 작성하고 모바일 약관을 내려받은 뒤 청약 접수를 마칠 수 있다.
쉽고 간편하게 보험계약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보험계약 과정을 모바일, 태블릿PC 등을 통해 대폭 자동화·간소화하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 KDB생명, 흥국생명, 오렌지 라이프 등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은 모바일 청약 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영업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대형보험사인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모바일청약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푸르덴셜생명도 동참했다.
NH농협생명 내부적으로 비용을 감축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으로 로봇 프로세스자동화(RPA)를 도입하기도 했다.
NH농협생명은 1월 설계사 위촉 승인, 가입설계 해지환급금 예시금액 검증 등을 업무자동화 환경을 구축했다.
김 사장은 농협 안에서 대표적 기획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대표이사에 선임돼 올해 1월1일 임기를 시작했다.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2007년 농협중앙회 정부과천청사지점 지점장, 2009년 농협중앙회 금융기획부 시너지개발팀 팀장, 2010년 농협중앙회 금융기획부 금융기획팀 팀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NH농협은행으로 이동해 전략기획부 기획조정팀 팀장, 2014년 의정부지부 지부장, 2016년 수신업무지원센터 센터장, 2017년 인사부 부장, 2018년 종합기획부 부장 등을 거쳤다.
2019년 NH농협금융지주 마케팅부문 부문장에 이어 지난해에는 NH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 부사장을 맡았다.
저금리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면서 보험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코로나19 등으로 금융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보험 관련 경력은 없지만 기획 전문가로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