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ho
KoreaWho
기업과산업  전자·전기·정보통신

[채널Who] 중국 가전 맹공, 삼성과 LG는 '프리미엄 한국시대' 지킬까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03-16 10:20:0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활가전사업에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생활가전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LG전자는 글로벌 가전회사인 월풀과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생활가전뿐 아니라 TV사업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20년 4분기 TV사업 매출은 2019년 4분기보다 각각 5%, 7.9%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데 따른 수혜를 봤다.

과연 두 회사는 축포를 계속 터뜨릴 수 있을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생활가전과 TV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중국 가전업체들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중저가, 일반가전시장을 장악하며 기반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의 가전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가전시장으로 조금씩 진입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디스플레이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힌 것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한국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디스플레이, 특히 LCD패널쪽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LCD패널시장이 먼저 중국 업체에게 넘어갔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올레드(OLED) 등 압도적 기술력이 필요한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4~5년 내에 중국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의 가전산업이 굉장히 잘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디스플레이산업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마냥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가전제품, 그러니까 TV와 생활가전시장에서 중국의 ‘가전 궐기’는 지금 어떤 상황까지 와 있을까?

◆ 매출격차는 계속 줄어든다

중국 대표 가전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얼스마트홈, 줄여서 하이얼의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한번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보자.

하이얼이 거둔 2020년 총매출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니 2020년 3분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하이얼은 2020년 3분기까지 원화로 누적 매출 26조5126억 원을 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가전과 TV을 다루는 CE부문의 매출은 34조5600억 원, LG전자 HA부문(TV)+HE부문(생활가전)의 매출은 25조6257억 원이다.

하이얼의 매출은 위안화로 공개된 것을 원화로 환산한 것이기 때문에 환율변동도 고려해야 하고, 하이얼의 4분기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보다는 약 8조 원 낮고, LG전자와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7년의 상황은 이와 달랐다. 하이얼의 2017년 IR자료와 삼성전자, LG전자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2017년 하이얼의 매출은 삼성전자 CE부문보다 17조 원, LG전자의 HE부문+HA부문보다는 7조 원 부족했다. 3년이 채 되지 않아 상당한 격차가 줄어든 셈이다.

세 회사의 1년 매출이 온전히 공개된 마지막 연도인 2019년을 봐도 마찬가지다. 하이얼은 2019년에 원화로 매출 34조5200억 원을 냈다. 같은 해 삼성전자의 CE부문은 매출 44조7천억 원, LG전자의 HA부문+HE부문의 매출은 37조 원이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약 10조 원, LG전자와의 격차는 약 3조 원이다.

매출 증가율을 보면 추격이 매섭다는 것이 더욱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직전년도와 비교한 2018년, 2019년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6%, 6%. LG전자는 1.5%, 5.6%다.

같은 기간 하이얼의 매출 증가율은 12.7%, 9.1%이다. 하이얼 뿐 아니라 중국의 또 다른 가전업체, 메이디(Midea) 역시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6.7%, 8.2%의 증가율을 보였다.

◆ 중국시대 선포하며 북미와 유럽 공략 나선 중국 가전업체

중국의 이런 ‘가전 굴기’가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이 업체들의 해외매출과 중국 내수매출의 비중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하이얼의 매출 증가는 대부분 해외매출에서 발생했다.

2019년 하이얼의 중국 내수매출은 1069억 위안에서 1066억 위안으로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미국 매출은 528억 위안에서 579억 위안으로 9.6%, 유럽 매출은 41억 위안에서 152억 위안으로 무려 267% 늘었다.

북미와 유럽시장은 세계 가전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활가전과 통신가전, 영상·음향가전을 모두 합친 전체 가전시장을 기준으로 유럽과 북미시장이 세계 가전시장의 절반 가까운 45%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자료를 보더라도 하이얼의 해외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 해외매출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하이얼은 2020년 3분기 IR 자료에서 해외 영업이익이 2019년 3분기와 비교해 무려 5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하이얼의 ‘자신감’이 잘 드러나있기도 하다. 하이얼은 2020년 3분기 IR자료에서 “우리는 우리의 독점 브랜드로 세계 가전시장에서 ‘선두위치’를 차지하고 있다”(We have achieved a comprehensive leading position with proprietary brands.)고 주장했다.

하이얼은 외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대표적 생활가전인 냉장고시장이 중국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며 “냉장고산업의 시작은 1918년 미국이었지만 냉장고산업은 ‘유럽과 미국의 시대’, 그리고 ‘일본의 시대’를 거쳐 ‘중국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마지막 보루 프리미엄시장은 안전한가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렇게 단숨에 뛰어오른 이유는 바로 두 회사의 프리미엄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등 영상가전사업과 생활가전사업 두 곳의 영역에서 모두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기존에 유럽 가전업체들이 꽉 쥐고 있던 시장인 프리미엄 빌트인가전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20년 IR보고서를 보면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삼성전자 2020년 IR보고서의 ‘CE부문의 2020년 실적 및 향후 전망’ 부분은 6개의 문장으로 이뤄져있는데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는 무려 다섯 번이 사용됐다. 

하지만 프리미엄가전시장 역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 프리미엄가전시장의 성장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프리미엄가전시장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KOTRA)가 2020년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 가전시장에서는 레인지후드, 에어컨 등 전통가전의 판매량은 줄어들고 건조기, 미용기기 등 신흥 가전제품과 1만 위안 이상의 프리미엄가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물론 중국 프리미엄가전시장이 아무리 발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 업체들과 삼성전자, LG전자 사이에 기술 격차가 분명히 존재하는 이상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가전시장을 바로 장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베끼기’와 ‘인수합병’이라는 두가지 방법을 통해 이 격차를 계속 좁혀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베끼기’ 전략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년 CES에서 삼성전자는 가로화면과 세로화면을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세로TV를 공개했다. 중국의 비디오 가전업체들인 1년 후인 2020년 CES에서 일제히 삼성전자의 세로TV를 모방한 제품을 내놨다. 

문제는 ‘베끼기’ 전략이 아이디어가 강조되는 최근 가전제품 시장에서 상당히 유효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끊임없이 서로를 모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LG스타일러와 삼성전자의 에어드레서, 삼성전자의 ‘삼성제트’와 LG전자의 ‘코드제로’가 대표적 예시다.

중국 업체들의 인수합병 전략은 중국 자본의 힘을 보여주는 전략이다.

하이얼은 2016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자제품업체, GE의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프리미엄 빌트인가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CANDY를 인수했다. 하이얼의 글로벌 매출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의 인수합병 전략은 기술, 제조 역량, 유통망 흡수 등 일반적 인수합병의 효과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들에게는 ‘저품질’의 꼬리표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가전 위주의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이런 꼬리표는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유명 해외 가전업체를 인수하면서 중국 가전업체들은 피인수업체들의 뒤로 숨을 수 있게 된다. 뒤에는 하이얼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의 가전을, 유럽에서는 CANDY의 가전을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일본의 가전산업 몰락과 한국 가전산업이 다른 한 가지

중국의 가전 굴기를 보면서 한 가지 겹쳐 보이는 일이 있다. 바로 견고한 아성처럼 보였던 일본의 가전산업이 무너지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 틈을 파고들어 결국 세계 가전시장을 이끄는 위치에 도달하게 된 일이다.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등 가전업체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가전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뛰어난 가성비를 통해 가전 수요가 폭증하던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를 기반으로 기술력 강화와 혁신을 통해 선진국시장에서도 일본 가전업체들을 무너트리는 데 성공했다.

결국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와 생활가전 양쪽에서 확연하게 두각을 드러내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 가전업체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중국 업체가 엄청난 수요의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선진국 가전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현재 가전시장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본 가전업체들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될까?

그렇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몰락한 일본 가전업체들과 삼성전자, LG전자 사이에는 혁신의 유무라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몰락 당시 일본 가전업체의 특징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기술적 완벽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가전업체들은 실제로 소비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도외시하고 기술적 완벽만을 추구했다. 혁신을 도외시하고 현재 생산 제품의 개선에만 집중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이 ‘잘 만들면 팔린다’라는 환상에 빠져있을 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파악한 뒤 여기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일본 업체들을 몰락의 길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영광의 길로 이끈 가장 근본적 차이가 이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혁신을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생활가전과 TV는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트렌드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또한 생활공간을 계속해서 점유하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가심비’(가격과 심리적 만족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행태), ‘나심비’(가격을 포함한 다른 요소보다 ‘나’의 심리적 만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행태) 등 정량적으로 측정되지 않는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런 요구사항을 끊임없이 만족시켜 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짚어내서 저격한 LG전자의 ‘LG스타일러’나 소비자가 개성을 살려 주방을 꾸밀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등이 대표적 사례다. 

아무리 중국 업체들이 베끼기에 능하고 또 이런 아이디어를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술력을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다고 할지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혁신을 놓지 않는 이상 결국 중국 업체들의 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베기기’ 불과할 뿐 절대로 주류가 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가전시장이 ‘미국과 유럽의 시대’, ‘일본의 시대’를 넘어 ‘중국시대’가 아닌 ‘한국시대’를 계속 유지해 나가게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최신기사

권한대행 한덕수 국회의장 우원식 예방, "정부 국회와 합심해 위기 극복"
헌재 탄핵심판 심리 절차 준비, 16일 윤석열에게 답변서 제출 요청
한동훈 16일 오전 기자회견 열기로, '대표 사퇴 의사 밝힐 듯'
권성동 이재명의 '국정안정협의체' 제안 거부, "국힘 여전히 여당" "당정협의로 운영"
고려아연 금감원에 진정서, "MBK파트너스 비밀유지계약 위반 조사 필요"
한국은행 "'계엄사태' 이후 실물경제 위축 조짐, 장기화 되면 모든 수단 동원"
SK하이닉스 HBM 생산능력 확대, 청주공장에 D램 인력 추가 배치
탄핵 격랑에도 '대왕고래' 시추 시작, 석유공사 첫 결과 내년 상반기 나올 듯
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령비서실장 정진석 만나, "모든 정부 조직은 권한대행 지원 체제로"
서울 '악성 미분양' 3년 만에 최대, 청약 경쟁률은 3년 만에 최고치로 '양극화'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