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카드를 틀어쥐고 부산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이 사안을 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은 29일 부산시 연제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1야당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동참하겠다고 빨리 약속하기를 바란다”며 “설령 제1야당 지도부가 반대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TK지역 의원 반발로 머뭇거리고 있는 국민의힘과 다르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과시했다.
이 앞서 이 대표는 21일에도 부산을 찾아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직접 살펴보는 등 가덕도신공항으로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집중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두 번이나 부산을 찾아온 것은 가덕도신공한 논의에 힘입어 부산지역의 민주당 지지세가 올라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1월 넷째 주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국민의힘은 29%의 지지를 받아 22%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에 앞섰다. 하지만 지난주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변화가 없는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7%포인트 떨어져 격차가 크게 줄었다.
25일 발표된 리얼미터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민주당이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31.3%의 지지를 받아 국민의힘 28.7%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다.
부산이 야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여론 변화 추이는 부산시장선거 판세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남도의회가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한참 빨리 가덕도신공항 지지를 선언한 데서 알 수 있듯 호남은 가덕도신공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한 목소리로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을 놓고 당론을 모으지도 못하고 있다.
신공항을 놓고 영남권 내에서 경북지역과 경남지역이 경쟁을 벌여온 만큼 대구경북 의원들과 부산경남 의원들 사이에 온도차가 확연하다.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2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거대 프로젝트를 하려면 김해신공항은 왜 취소했나, 2순위였던 밀양 공항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하는 등 연일 가덕도신공항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그동안 이 문제를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김 위원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덕도신공항 하나 한다고 해서 부산경제가 확 달라진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소극적 태도는 부산 지역 예비후보들의 반발을 낳고 있다.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이미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내걸고 있고 이언주 예비후보는 '조건부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중앙당과 지도부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혹여라도 당차원에서 반대해서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국민의힘 최종후보가 되더라도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부산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 대응하는 등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부산이 흔들린다면 '본전도 못 지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월1일 부산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부산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밝히겠다”며 “그 과정에 가덕도신공항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2월1일 부산에서 '현장 비대위 회의'를 열고 가덕동 신공항 부지도 방문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