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을 본격화할 채비를 마쳤다.
연매출 1천억 원을 올린 다국적 제약사 MSD의 백신 3종 공동판매계약이 지난해 말 끝난 만큼 위탁생산사업이 GC녹십자의 새로운 매출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에 완공한 통합완제관이 GC녹십자의 의약품 위탁생산사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오창 공장에 위치한 통합완제관은 GC녹십자의 의약품 완제 생산시설을 일원화한 것인데 의약품 위탁생산사업까지 확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는 현재 통합완제관의 생산설비를 하루 8시간 가동하면 연간 10억 도스의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고 통합완제관에 생산설비를 100% 갖추게 되면 연간 최대 80억 도스의 의약품 생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도스는 성인 1명이 1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허은철 대표는 앞서 2020년 5월에는 디엠바이오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관련 기술 및 정보를 공유하는 업무협약도 맺으며 위탁생산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허은철 대표는 2020년 5월 디엠바이오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사업 인프라를 갖춘 회사와 협력은 의약품 위탁생산사업을 개시하고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이번 협약이 두 회사가 보유한 강점을 살리는 동반성장모델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GC녹십자의 의약품 위탁생산이 본격화되면 연매출 1천억 원 이상의 올렸던 백신 3종의 공백을 메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그동안 한국MSD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인 ‘가다실’과 ‘가다실9’, 대상포진 백신인 ‘조스타박스’ 등 백신 3종을 국내에서 공동으로 판매해왔는데 지난해 12월31일 계약이 종료됐다.
GC녹십자가 국내외 제약사로부터 도입해 판매한 백신의 2019년 매출은 1523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이 백신 3종의 매출이 117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될 정도로 비중이 컸다.
GC녹십자 관계자는 “2020년 10월 중국 내 판매허가를 받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초도물량을 올해 1분기부터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의약품 위탁생산사업 계약도 따내면 백신 매출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GC녹십자의 통합완제관은 바이알(주사기 유리병)과 프리필드시린지(약이 미리 충전된 주사기) 등 의약품의 충전 및 포장 등의 완제에 집중돼 있어 의약품 생산부분이 빠진 만큼 위탁생산 사업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에 GC녹십자는 올해 1월8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 바이넥스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바이넥스가 위탁생산한 바이오의약품을 GC녹십자가 포장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세계에서 의약품 완제만 담당하는 위탁생산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GC녹십자의 의약품 생산능력 규모가 큰 만큼 사업성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GC녹십자와 바이넥스의 협업을 두고 다국적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 계약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mRNA(리보핵산)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어 미생물 배양시설을 보유한 업체만이 생산할 수 있는데 바이넥스는 이러한 미생물 배양시설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내기업이다.
GC녹십자는 2020년 10월에는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코로나19 백신 5억 도스 이상을 위탁생산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모더나도 감염병혁신연합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GC녹십자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의약품 위탁생산기업의 계약을 고려할 때 GC녹십자가 코로나19 백신 1도스를 생산할 때 1~2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모두 코로나19 백신 수주 및 위탁생산 여부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