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의역 사과 관련 과거 발언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곤혹스럽다.
국토부 장관 교체를 통해 내년 보궐선거의 핵심쟁점으로 부상한 부동산문제를 돌파하겠다는 애초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변 후보자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를 사과로 시작했다.
그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군과 가족분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계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저의 지난 삶과 인생 전반을 무겁고 진지하게 되돌아보았고 그 성찰의 시간 속에서 국민들의 마음과 아픔을 사려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을 했다”고 덧붙였다.
변 후보자의 사과는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와 관련된 과거 벌언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던 2016년 내부 회의에서 이 사건을 두고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김 군)가 조금만 신경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공유주택 관련 논의 과정에서 “못사는 사람이 미쳤다고 밥을 사 먹냐”고 말했고, 행복주택 입주자 선정과 관련해 “으쌰으쌰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장) 그려달라 그러면 난감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주택공사 사장 재임 시절 2~3만원짜리 도시락을 형편없다고 하고 유명 브랜드 커피가 아니라고 짜증을 부렸다는 폭로도 나왔다. 대학 동문에게 일감 몰아주기, 지인 채용 등 업무상 비위 등 의혹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구의역 사건과 도시락 관련 발언은 국민정서를 자극할 여지가 크다.
일단 여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기관인 알앤써치가 23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변 후보자가 적임자인지를 놓고 62.4%가 적임자가 아닌 것 같다는 응답을 내놨다. 적임자인 것 같다는 응답은 23.6%,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4.0% 등이다.
민주당은 이런 쟁점을 피하고자 정책적 검증이 중요하다고 앞세우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변 후보자를 현장 관련 높은 이해도와 정책 전문성을 갖춘 실행 전문가로 판단한다”며 “인사청문회는 온 국민의 관심사인 주거문제와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임자인지를 검증하는데 주력하는 '정책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부정적이 여론에도 불구하고 변 후보자 엄호에 나선 것은 그가 낙마하면 부동산문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김현미 장관의 교체를 통해 전세값 폭등 등 부동산문제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변 후보자의 낙마는 '부동산정책 실패' 프레임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여파가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를 향한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우리는 사법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며 “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든지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