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실적 반등을 이끌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고 사장은 증권업계 장수 CEO로 손꼽히지만 DB그룹이
김남호 회장 취임 뒤 세대교체 흐름도 뚜렷해 실적 증가를 통해 입지를 다져야 할 필요성이 크다.
13일 DB금융투자에 따르면 고 사장은 연임 임기의 첫 해인 올해 3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지난해 실적 부진을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
DB금융투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에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7% 감소한 32억 원을 거뒀다.
DB금융투자는 2019년 연간 순이익 583억 원으로 역성장을 보였는데 2020년 1분기 실적마저 부진하자 우려의 시선이 커졌다.
하지만 증시 호황에 따른 위탁매매수익 증가 등에 힘입어 2분기 순이익 250억 원, 3분기 순이익 292억 원을 내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7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8.3% 증가했다.
고 사장은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DB그룹 내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해서는 DB금융투자의 실적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2010년부터 11년째 DB금융투자를 이끌고 있다.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10년 이상 대표이사를 지낸 증권업계 대표적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하지만 실적은 등락을 반복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DB금융투자의 순이익 규모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3년 적자 83억 원, 2014년 흑자 163억 원, 2015년 적자 85억 원, 2016년 흑자 64억 원, 2017년 흑자 153억 원, 2018년 흑자 631억 원, 2019년 흑자 583억 원 등이다.
2020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2019년 연간 실적이 역성장을 보이면서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신뢰를 재확인하며 6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회장이 7월 취임해 2세경영의 막이 오르면서 세대교체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남호 회장은 취임 뒤 9월 첫 인사에서 6개 금융계열사 가운데 DB생명, DB저축은행, DB캐피탈 등 3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하기도 했다.
고 사장 임기가 2023년까지로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입지 강화를 위해 실적 증가세를 이끌어야 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DB금융투자는 주식시장 거래 호조로 위탁매매부문과 자산관리부문 등의 수익이 개선됐다.
위탁매매부문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3% 증가했다. 자산관리부문은 영업이익 44억 원을 내면서 흑자전환했고 자기매매부문 수익도 크게 늘었다.
DB금융투자가 강점을 보유한 투자금융(IB)부문도 영업이익 588억 원을 거두면서 준수한 흐름을 이어갔다.
고 사장은 수익 다변화에도 힘을 내고 있다.
DB금융투자는 2021년 출시를 목표로 해외주식 거래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고객이 증가하고 있고 증시 호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미국, 중국, 홍콩 등의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2021년에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