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전장부품사업에 삼성전자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구 회장은 친환경 자동차 부품사업을 LG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LG전자를 비롯해 LG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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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하지만 삼성그룹이 ‘이재용 사업’으로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 뛰어들면서 LG그룹의 성장동력 확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온다.
LG전자 주가는 10일 전일보다 6.21%(3250원) 떨어진 4만9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이노텍 주가도 전일보다 1.96%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면서 LG그룹의 전장부품사업에 대해 몰렸던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그룹으로서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에 이어 전장부품사업에서 또다시 삼성그룹을 마주치게 됐다.
구 회장은 LG그룹의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를 수직계열화해 자동차 전장부품에서 통합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연말인사에서 구본준 부회장을 지주사 LG로 이동해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기고 LG의 시너지팀 인력을 보강하는 등 전장부품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그룹은 전장부품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에서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부는 올해 3분기에 매출 4786억 원을 거뒀다.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인 MC사업부가 부진한 사이에 VC사업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이노텍도 전장부품사업부가 LG이노텍의 외형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고 내년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친환경 자동차 부품사업과 에너지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아 스마트폰 부진 등으로 낮아진 LG그룹의 위상을 다시 높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앞으로 전장부품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구 회장이 추진하는 LG그룹의 성장동력 확보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반도체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LG전자보다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기존 반도체 경쟁력을 차량용까지 확대할 수 있지만 LG전자는 쉽지 않다”며 “LG전자가 일부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어도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자체개발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밝힌 대목도 LG그룹의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위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LG그룹은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서 협력사와 신뢰관계를 이미 구축해 놓고 있어 삼성전자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LG그룹 관계자는 “전장부품 사업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인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고 그만큼 협력사와 신뢰관계가 제일 우선”이라며 “LG그룹은 전장부품사업에서 협력사와 쌓아온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우위를 계속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구글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협약을 맺어 자율주행시스템의 핵심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LG그룹은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EV’에 들어가는 구동모터, 차내충전기, 배터리팩 등 11종의 핵심부품을 2017년부터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에서 실기해 삼성그룹에 밀렸다”며 “LG그룹은 경쟁구도가 본격화하기 전에 협력사와 신뢰관계를 통해 전장부품사업을 빠르게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