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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두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매각에 나선다.
박용만 회장은 중공업 중심의 두산그룹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면세점 등 신사업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 추진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 두산,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판다
9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은 계열사 DIP홀딩스가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5%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내년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개별매각이 가능하게 돼 매각을 검토 중”이라면서 “아직 매각 대상이나 구체적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DIP홀딩스는 산업은행, 현대자동차, 한화테크윈 등과 함께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주협의회에 포함돼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주협의회는 최근 올해 종료되는 지분 공동매각 약정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가장 먼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매각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내년 초 자문사를 선정하고 매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26.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경영권 포함 지분 전량을 매각할 방침이지만 지분 10%만 공개매각한 뒤 나머지는 나중에 파는 분할매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에 적극 나서자 두산그룹도 지분 처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DIP홀딩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요주주 가운데 가장 적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주협의회에 속해 있지 않은 국민연금(7.61%)보다 지분이 적다.
올해 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가 급등하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DIP홀딩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분 매각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DIP홀딩스가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가치는 9일 종가 7만8900원 기준으로 3845억 원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전체지분을 매각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새 주인이 결정될 경우 소수 지분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이 이뤄지기 전 DIP홀딩스가 지분을 먼저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 박용만, 방산사업 매각으로 사업방향 선회 탄력
두산그룹은 방산사업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두산그룹은 방산 계열사인 두산DST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DST는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 방산부분이 분리돼 나온 회사로 지난해 매출 6158억 원, 영업이익 226억 원을 올렸다. 실적이 나쁘지 않으나 두산그룹은 방산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두산그룹 방산사업 철수는 크게 보면 중공업 중심 사업구조를 다시 개편하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두산그룹은 1990년대 후반 미스터M&A라 불렸던 박용만 당시 전략기획실장의 주도로 기존 소비재사업에서 중공업사업으로 주력사업을 바꿨다. 선제적 구조조정 덕분에 두산그룹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용만 회장은 최근 들어 중공업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도 인력감축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사업부 조직개편과 공작기계사업부 분할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회사 밥캣 상장을 추진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두산그룹은 또 시내면세점 진출로 20년 만에 소비재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박용만 회장은 면세점사업권을 낙찰받기 위해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을 설립하는 등 선두에서 지휘했다. 박 회장은 장남인 박서원 두산 전무를 면세점 전략담당으로 배치하는 등 시내면세점사업을 각별히 챙기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처해있는 상황은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지 않다. 박 회장은 내년 4월까지 2천억 원을 투자해 면세점을 차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두산그룹의 유동성은 빠듯하다.
두산그룹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이 강등당했고 두산중공업과 두산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 최근 A등급 이상의 회사채가 수요예측에서 줄줄이 미달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방산사업을 정리해 확보한 자금을 시내면세점 등 신사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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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현수 두산 사장. |
◆ 동현수, 두산 구조조정담당 계열사 DIP홀딩스 맡아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매각과 두산DST 매각의 주체인 DIP홀딩스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DIP홀딩스는 2009년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그동안 KFC와 버거킹 등 소비재사업의 매각작업을 벌여 왔다.
이제 남은 것은 두산DST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인데 이를 매각하면 두산에서 이전한 자산을 모두 정리하게 된다.
DIP홀딩스는 지난 9월 수장이 교체됐다.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이 6년 동안 DIP홀딩스를 이끌어왔으나 물러나고 동현수 두산 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DIP홀딩스의 대표이사 변경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비모스키 부회장은 두산그룹에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것을 제안한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이다.
반면 동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인물이다. 2011년 효성을 거쳐 2012년 두산에 영입됐다.
동 사장은 공학도 출신으로 전자소재 전문가지만 두산그룹은 그의 역량을 인정해 신사업인 면세점사업 총괄을 맡겼다.
앞으로 동 사장이 DIP홀딩스를 통해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DIP홀딩스는 지난 10월 공장자동화설비를 제조하는 디알에이 지분 100%를 취득했다. 동 사장 취임 이후 첫 자산 취득이다.
이에 따라 DIP홀딩스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제조계열사 일감을 받아 디알에이를 키운 뒤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