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커가 최근 유상증자 성공으로 재무위기를 가까스로 넘고 있지만 조류독감이 발생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30일 마니커를 비롯한 식품업계에서는 전북 정읍 육용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AI)가 발생하면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니커 조류독감에 초긴장, 유상증자로 재무위기 넘고 있는데 또 악재

▲ 마니커 로고.


국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마니커는 조류독감이 확산하게 되면 닭고기 소비가 줄어들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독감 H5N8형은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리가 퍼져 있어 닭고기시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가축질병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의 절반 가량은 육류소비를 줄인 경험이 있어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한국소비자연맹이 2014년부터 2015년 8월까지 전국 대도시 1천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가축질병에 대한 인식과 축산물 소비행태’에 따르면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닭고기와 오리고기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은 각각 전체의 51.7%와 47.5%로 나타났다.

마니커는 국내 닭고기 생산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닭고기 소비가 위축되면 타격을 받게 된다.

마니커는 2020년 3분기 도축수 기준으로 닭고기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고 있다. 1위 하림은 18.5%, 올품과 동우는 각각 8.7%, 8.5%를 보이고 있다.

마니커는 2018년부터 육계 가격이 하락하면서 영업실적이 나빠졌고 재무구조도 악화되어 있는 상태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독감이라는 악재를 만나게 됐다.

마니커는 2020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1603억 원, 누적 영업손실 290억 원을 봤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4.1% 줄었고 영업수지는 적자를 지속했다.   

마니커는 2020년 3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769억 원으로 자본금 992억 원을 밑돌아 부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올해 9월 21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지만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당좌비율은 3분기 45.82%로 정상적 범주로 꼽히는 100%를 크게 밑돌고 있다. 

또 다른 재무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갚아야 할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니커는 차입금 의존도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3분기 마니커의 총차입금 의존도는 44.5%를 나타내 2019년 3분기보다 4.1%포인트 늘어났다.

마니커는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긴축을 통해 위기를 넘기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니커 관계자는 “조류독감이 창궐하면 당장 닭고기 소비가 줄어들 수 있지만 최근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닭고기 가격은 오를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일단 허리띠를 졸라매 위기를 넘기고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에 대비해 영업역량을 강화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