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은 왜 동양매직을 품은 것일까? 농협은행PE가 현대백화점그룹이나 한앤컴퍼니를 제치고 1년 만에 2배나 많은 3천억 원을 투자해 동양매직을 인수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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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
업계는 동양매직을 통해 농협의 사업다각화에 나설지 혹은 재무적 투자자로 농협금융 체질개선의 시금석으로 삼을지 눈여겨 보고 있다.
동양매직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사 글랜우드와 농협은행PE는 앞으로 두달 동안 실사 및 잔금납입을 마치기로 매각자와 합의를 끝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농협은행PE는 동양매직 인수가격으로 3천억 원을 제시해 2천7백억~2천8백억 원을 제시한 현대백화점그룹이나 한앤컴퍼니를 제쳤다.
농협은행PE와 글랜우드 컨소시엄은 이번 인수전에서 농협의 탄탄한 유통망, 안정적인 자금조달 등의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농협은행PE는 재무적 투자자 성격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략적 투자자로 직접 동양매직을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PE 관계자는 "동양매직의 큰 구조는 주방가전과 렌털사업"이라며 "어느 한쪽만 집중해서 키우기보다 양쪽을 모두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농협의 사업다각화 속에서 농협의 여러 기반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동양매직을 경영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는 농협은행PE가 동양매직의 렌탈사업부를 NH농협캐피탈과 연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동양매직의 렌탈사업부는 할부금융 및 리스업을 하는 NH농협캐피탈과 사업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동양매직의 전자제품은 농협중앙회의 하나로마트 등 전국 유통망을 통해 매출을 확대할 수도 있다.
농협은행PE는 동양매직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를 통해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가전기업의 한 관계자도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농협은행은 NH농협캐피탈 등 경제사업 부문과 연계고리를 염두에 두고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협은행PE는 앞으로 일본 주방가전업체인 팔로마와 기술제휴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PE는 이로써 동양매직 전자제품의 해외 판매망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협은행PE가 재무적 투자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운영이라는 관점에서 동양매직을 인수한 게 아니라 농협금융의 전반적 체질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농협금융의 안정 지향적인 문화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실적악화를 초래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농협금융의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김주하 농협은행장도 “우리투자증권의 문화를 농협은행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농협은행이 추구하고 있는 체질개선을 위해 전략적 투자자로서 동양매직을 인수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농협은행PE가 동양매직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의 입장을 동시에 지닐 수도 있다. 생활가전기업 관계자는 "농협은행PE가 동양매직을 인수해 전략적 투자자로서 농협 유통망 등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재무적 투자자로서 농협금융의 체질을 바꾸는 역할을 동시에 꾀할 수도 있다“고 봤다.
농협은행은 동양매직 인수와 관련해 향후 동양매직을 어떻게 경영할지에 대해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