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0-10-05 15:15:33
확대축소
공유하기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어떻게 선정할지 시선이 몰린다.
카카오뱅크의 예상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대형증권사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할 수밖에 없는데 경쟁관계와 주주사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이런 점을 고려해 카카오뱅크가 주주 관계사인 KB증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아직 발송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기업공개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장 주관사 선정을 4분기 안에는 진행해야 하지만 여전히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그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8조~12조 원으로 예상된다. 예상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중소증권사보다는 대형증권사들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기업공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권주를 주관사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이에 빅3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과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등이 상장 주관사로 거론된다.
문제는 빅3로 꼽히는 이들 증권사 모두 카카오뱅크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돼 카카오뱅크 기업공개 주관사로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와 계열사가 기업공개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 주관 계약체결이 제한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28.60%, 한국투자금융지주가 4.93%의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 직간접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기업과 지분관계가 얽혀있다.
주관사는 기업공개 과정에서 실사를 통해 대상 기업의 내부정보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만큼 주관사로 선정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카카오와 경쟁관계에 있는 네이버의 금융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30%를 확보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3대주주사로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들과 경쟁관계에 있어 은행 계열 증권사들도 배제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떠오른다.
카카오뱅크는 모기업인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탓에 다른 주주사와 시너지를 내는 데 소극적이라를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금융권 전반에 화두로 떠오르며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존 금융권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주주사와 시너지를 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케이뱅크도 주주사 시너지를 카카오뱅크와 차별점으로 꼽으며 7월 카카오뱅크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는 주주사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 (카카오뱅크와) 차별 포인트"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상증자를 통해 영업을 재개한 뒤 KT대리점을 영업창구로 활용하고 우리카드와 상품을 개발하는 등 주주사와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더해 KB증권이 9월28일 카카오페이 상장주관사로 선정된 점도 카카오뱅크 상장주관사를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금융사업에서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은행업으로 한정하면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지만 금융그룹으로 확장하면 카카오뱅크가 KB증권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적 기업공개는 KB금융그룹에도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에 약 18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9.86%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8조 원으로 가정해도 6천억 원 이상의 지분평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9월23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공개 추진 안건을 결의했다.
감사인 지정 신청 및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를 올해 안에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서류 준비 등 실무 차원에서 기업공개 준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장 주관사 선정과 관련해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