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공세에 협치보다는 원칙을 내세우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가 된 뒤 '원칙 있는 협치'를 내세웠으나 국민의힘에서 좀처럼 반응하지 않고 있는 데다 의혹을 앞세운 정치공세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다가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관련 논란을 놓고 “정치권은 정쟁을 자제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돕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며 “야당이 정치공세를 계속하면 우리는 사실로 대응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처음으로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추 장관 아들 의혹으로 공세 수위를 높일 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이 전임 당대표라는 점, 검찰개혁에 의욕을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당내 친문세력을 의식한 것이라는 등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가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결국 입을 연 것은 국회에서 이날부터 대정부질문이 시작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9월 정기국회의 시작인 대정부질문의 첫 날부터 야당의 공세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가는 다음 달 시작될 국정감사까지 정기국회 내내 수세로 끌려다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지금 코로나19 국난의 시기로 국민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도 더 간절하게 국회로 향할 것인 만큼 국민의 고통에 국회가 응답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 극복과 민생지원에 집중하는 대정부질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야당의 정치공세는 단호하게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일인 13일에는 비공개로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 대표로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공세를 극복하고 민주당의 의정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일이 더 절실할 수 있다.
당대표로서 정치적 역량을 보여 줄 가장 큰 기회이자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과 연동하는 경향이 짙다.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부각되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대표도 이번 정기국회에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그는 10일 의원총회에서 “중요치 않은 국회가 없겠지만 특히 이번 정기국회는 21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국회일 것이고, 또 우리 역사에서도 중요한 국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대표에 취임한 이후 꾸준히 야당과 협치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 역시 이 대표에게 정면돌파를 선택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일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늘 지도해 주신 것처럼 이번에도 더 많이 지도해 달라”며 한껏 몸을 낮췄고 7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는 ‘우분투’ 정신을 내세우며 협치 의지를 강조했다.
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대통령과 여야대표 회동 혹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일대일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0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이 대표와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여야 협치를 놓고 “협치를 하려면 협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거나 “협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의회를 이끌어가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14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조국 전 장관은 교육에서,
추미애 장관은 아들의 군복무에서 불공정 특혜로 민심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불공정 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가 되고 있다”고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