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환경문제와 관련한 논란에 휩싸여 있는 베트남 하띤성 지역의 붕앙2호기(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사업에서 수주 확보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사업기반이 탄탄한 베트남에서 후속수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나오는 등 지배구조가 바뀔 수도 있어 베트남 화력발전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20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전력공사가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투자하는 베트남 하띤성 지역의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서 삼성물산이 설계·조달·시공(EPC)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은 국내외에서 환경문제를 이유로 한국전력의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물산이 이런 여론의 부담에도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이유를 놓고 건설업계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후속수주를 향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을 놓고 "베트남 전력 수급계획인 국가전원개발계획에 따른 사업"이라며 "동남아시아 전력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해 앞으로 나올 사업 수주에도 도움이 될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를 차질없이 건설한다면 이후 나올 발전소사업을 추가로 따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해외사업에서 코로나19로 장기적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투자개발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설계·조달·시공 위주의 수주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삼성그룹이 베트남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나올 수주 물량을 따내기 위한 현지기반도 단단하다.
삼성전자는 2008년 베트남 박닌 지역과 2013년 타이응웬성 지역에 스마트폰공장을 지었다. 두 공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의 절반에 이르는 물량을 생산한다.
또 2월에는 하노이에 삼성전자 R&D센터를 착공했다. 이 R&D센터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삼성전자 R&D센터로 계획됐다.
다만 국내외에서 환경단체 반발이 거세고 국회에서 해외 석탄화력 금지입법 움직임이 나오는 점은 사업 참여에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청소년 운동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은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물산의 베트남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사업 규탄 시위를 벌였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주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하고 기후변화를 심화시킨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앞으로 세계 30여 개 나라 400여 명 청소년의 서명을 담은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17일 국제 환경단체들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삼성물산의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참여 철회를 촉구하는 전면광고를 싣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21명의 의원이 한국전력공사,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사업범위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을 제외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한국전력공사법·한국수출입은행법·한국산업은행법·무역보험법 개정안을 7월28일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삼성물산이 최근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이 나오는 등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에서 결국 발을 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처분해야 할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을 두고 검찰조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론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취득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들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넘겨 받아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정적 논란을 최대한 줄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삼성물산으로서는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에 참여했다 부정적 논란이 더해지기라도 한다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상황에서 더 큰 부담을 안을 수도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