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 원내대표는 장외투쟁을 비롯한 과격한 투쟁방식에 선을 긋고 통합당의 정책기획 능력을 높여 원내에서 정책으로 여당과 대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여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책들을 기획해 나갈 것”이라며 “나에게 주어진 정치적 소명은 통합당을 진정한 수권야당의 반열에 다시 올려놓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우면서 협상하는 야당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집요하고 비판적으로 날카로운 야당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집권여당에 맞서 할 말은 하되 논리와 대안을 갖춰 국민들이 통합당을 수권능력을 갖춘 대안정당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의 이런 방침은 통합당 내부에서도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관계자는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이 당 안팎에서 크게 호응을 얻으며 통합당 내부에서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원내 투쟁을 해 나가자는 쪽으로 뜻이 모였다”며 “일부에서 장외투쟁을 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지금은 쑥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앞으로 원내에서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당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통합당 정책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가경정예산사업의 집행실적을 분석해 집행률이 저조한 ‘5대 분야 100대 문제사업’을 추려냈다. 예산 집행률이 저조하거나 예산 집행의 효과가 적은 사업 등이 ‘문제사업’으로 선정됐다.
이를 주도한 추경호 통합당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추경이 얼마나 졸속 편성돼 있는지 결산결과가 증명해 주고 있다”며 “관행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예산심의 확정권을 무력화하는 정부의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행보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집중호우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꼽힌다. 현재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예비비만으로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 복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는 수해 피해액을 대략 5000억 원으로 추산하며 예비비로도 피해복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현지에 가보고 전국 상황을 보면 조 단위가 넘을 수 있다고 본다”며 “통합당이 추경에 적극 협조하려는 것은 예비비 제도로만 되지 않는 국민의 피해를 추경으로 도와주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원내투쟁 방식으로 통합당의 원내전략을 가다듬은 데는 최근 원내에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과거 ‘조국 사태’ 등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이 싸늘했을 때 통합당이 장외투쟁 등으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통합당이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통합당이 민주당에 뒤쳐졌지만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다.
당 관계자는 “국민여론이 정부여당을 외면하고 통합당에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분위기에 민주당도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거나 통합당을 ‘패싱’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민주당과 통합당 간사들 사이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점에서 주 원내대표의 어깨가 아직 무거울 수밖에 없다.
통합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는 점이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4~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이 야당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은 20%로 ‘잘못하고 있다’고 본 사람들의 비율 69%에 크게 못 미쳤다.
를 염두에 둔 듯 주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추월했다고 환호하지 않는다”며 “다른 조사에서 아직도 민주당보다 꽤 뒤떨어지는 조사도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다만 국민들이 인정해주기 시작했다는 것만 믿고 더 열심히 한다는 각오를 다진다”라며 “지금까지 패배주의가 있었다면 지금은 열심히 하니까 알아준다는 자신감을 지니게 됐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