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이 24개에 이르는 가운데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더나는 5월에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임상1상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이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된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27일부터 임상3상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4억7200만 달러(약 5672억 원)를 추가로 지원받으며 백신 개발을 위한 실탄도 충분히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임상3상에 진입했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AZD1222 공급을 위한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코로나19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들어간 곳은 메디톡스와 제넥신 두 곳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호주 백신 개발기업 ‘박신’과 손잡고 성인 40명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코박신19’의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8월 임상1상 결과를 발표한 뒤 국내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박신은 앞서 코박신19 백신의 동물 대상 실험도 진행했는데 코박신19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해 강력한 항체 및 T세포(면역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메디톡스는 박신과 협업을 통해 박신의 독점 항원, 면역증강제 플랫폼, 임상시험 노하우 등을 공유한다. 대신 메디톡스는 품질관리기준(GMP)에 맞는 생물학적 제품 제조 공정에 관한 기술과 시설 등을 제공한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도 코로나19 백신 ‘GX-19’ 개발을 위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넥신은 DNA 조각을 사람에게 주입해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 조각을 만들어 항원으로 기능하게 하는 D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6월19일 임상1상을 시작했고 9월 말 임상1상을 마치고 2021년 말에는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 회장은 코로나19 백신에 무바늘 투여법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무바늘 투여기는 바늘 없이 백신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용이 편리하고 안전성도 뛰어날 것으로 기대돼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을 때 백신 투여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성 회장은 “무바늘 투여법은 사용이 편리하고 안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대상인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속도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느린 편이다.
하지만 백신의 수요와 가격 등을 고려하면 국내기업의 백신개발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
▲ 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 회장.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말까지 20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위 글로벌 제약사들이 생산하는 백신 물량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가 추진하는 ‘코벡스(COVEX) 프로젝트’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벡스는 일종의 백신 공동구매를 위한 국가협의체로 75개국이 참가한다. 공동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백신이 개발되면 우선 각국 인구의 20%씩 구매할 수 있다.
정부가 코벡스에 참여하게 된다면 제넥신과 메디톡스가 개발하게 될 코로나19 백신은 국내 뿐 아니라 코벡스를 통해 세계에 유통될 수 있는 것이다.
지영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은 22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임상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몇 개는 성공할 것”이라며 “다만 국내에서 국민이 원하는 만큼의 백신을 생산하려면 훨씬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