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은 "지난 20년간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한국경제를 주도하는 핵심기업과 인재상이 계속 바뀌어 왔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또 한 번 급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 회장은 16일 한국 최대 인재컨설팅회사인 커리어케어 창립 20주년을 맞아 비즈니스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디지털과 바이오 등으로 고급 두뇌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앞다투어 혁신을 주도할 고급인재 영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신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창립 20주년을 맞은 커리어케어는 어떤 회사인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재컨설팅 회사다. 헤드헌팅본부가 4곳 있고 채용 컨설팅사업을 하는 본부가 하나 있다. 또 한국 유일의 전문 경력직 채용포털인 비즈니스피플을 운영하고 있다. 조직도 커졌고 사업 범위도 넓어졌다. 커리어케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인재컨설팅 회사다."
- 20년 동안 커리어케어의 위상은 어떻게 변해왔나?
"초창기에는 기업들이 어떤 인재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모든 방법을 통해 그러한 사람을 찾는데만 열중했다. 커리어케어 컨설턴트들은 말 그대로 인재를 찾는 Searcher였다.
그러나 지금은 경험과 지식이 쌓이고 정보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니 기업들이 어떤 인재를 언제 어떻게 뽑을 것인지 초기단계부터 커리어케어와 협의하고 있다. 명실상부하게 기업의 파트너가 된 셈이다. 커리어케어는 기업의 인재전략이나 경영전략을 자문하고 컨설팅해주는 회사로 성장했다."
-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최근 한국의 주요기업들은 변화를 끌고 가는 인재를 찾고 있다.
한국경제의 중심은 지금까지 전통 제조업이었는데, 이 전통 제조업이 최근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할 인재를 찾고 있다. 변화를 주도할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커리어케어는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디지털 인재를 위한 디지털TF, 기업 인수와 구조조정, 매각과 관련된 인재를 담당하는 PE(사모펀드)TF, 그리고 바이오TF 등의 TF를 통해 글로벌 차원의 핵심인재들을 찾고 있다.."
- 지난 20년에 비해 최근 기업들은 어떻게 변했나?
"기업들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유연해졌다.
전통 제조업은 대부분 연공서열 중심이다. 직급을 중심으로 직책과 연봉이 따라가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을 영입할 때 연봉과 직급을 맞추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직급 밴드를 확 넓히고 있다. 직급 밴드의 확대는 내부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때 유리하다. 주요 그룹의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직접 나서서 유연한 조직과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
- 왜 외부에서 인재를 찾는가?
"조직 내부에 있는 직원들이 열등하다거나, 외부에 있는 인재가 더 우수하다거나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신상품을 개발할 때 이것을 담당할 만한 적임자가 내부에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다.
물론 내부 직원들을 키우고 가르쳐서 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필요한 기술과 경험, 지식을 지닌 인재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밖에서 영입하는 사람들이 '적합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때문에 커리어케어는 영입자들을 철저하게 검증한다. 커리어케어는 40만~50만 명의 핵심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웬만한 인재 정보는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그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토대로 검증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커리어케어가 추천하는 인재는 기업들이 요구에 근접해 있다."
- 인재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
"헤드헌팅회사는 인재를 발굴하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인재를 평가하고 검증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검증에는 풍부한 정보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커리어케어에는 100여 명의 전문 컨설턴트가 있다. 이들은 인재 발굴 전문가이면서 검증 전문가들이다.
검증에는 통상 평판조회(reference check)가 많이 활용된다. 이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상사나 동료들을 대상으로 평판조회를 한다. 후보자의 과거행태를 통해 검증을 해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많은 탈락자들이 발생한다."
- 평판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평판은 떠날 때의 이미지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직장을 옮길 때 새로 갈 곳만 신경쓰다가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좋은 상사, 좋은 리더로 인식되지 못하고 평판조회도 나쁘게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직장을 옮기려 한다면 떠날 때 어떤 이미지를 남길 것인가를 꼭 염두에 둬야 한다."
- 경력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무한정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직상황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이직 횟수는 제한돼 있다. 이직에도 수명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연봉을 많이 주는 곳으로 계속 옮겨가면 나중에는 상당히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드물다.
경력관리의 핵심은 멀리 보는 것이다. 연봉은 직장을 옮길 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보상이라고 하는 것은 경력에 후행하는 것이다. 보상을 쫓아서 이직하고 직책과 직급을 바꿔나가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성을 살리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이직하다 보면 보상은 자연스럽게 뒤따라 온다.
- 경영자들에게 턴오버(직원의 이탈)와 관련한 조언을 한다면?
"기업인들로부터 직원을 안 나가게 하는 방법이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런 묘수는 없는 것 같다. 직원 이탈방지의 비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있는 동안 제대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원을 고용하면 보상을 포함해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그 비용만큼 원하는 성과를 얻으면 된다. 직원의 이탈을 막는데 신경을 쓰기보다 그 직원이 어떻게 일을 해서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일과 성과에 만족한다면 직원들의 이직은 줄어들게 된다. 업무 만족도가 높은 직원이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 공공부문의 변화는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낙후한 분야로 공공부문을 꼽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재선발인데, 아직까지도 정부나 공공부문은 모두 필기시험으로 직원을 뽑는다. 물론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험을 봐야 하는 현실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필기시험만이 공정한 선발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공공부문의 인재채용과 선발, 운영방식에서 ‘대혁신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 앞으로의 직업과 기업의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사업과 기업이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분야를 살펴봐도 각광받는 인재는 대부분 디지털 관련일 정도다. 디지털 분야의 인재 수요는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이 분야의 인재난이 해소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 쇠퇴는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위기 때 갑자기 등장한다. 위기가 제일 큰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지금은 위기경영 시기다. 과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계 판도가 바뀌고 산업구조가 바뀌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경제가 지금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그 전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올해 찬바람이 불면 변화가 선명해지지 않을까." [정리=채널Who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