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20-06-15 14: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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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그룹 전반에 걸쳐 조직과 인사 등 정비를 마치고 본격적 그룹 재도약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룹의 주축회사인 쌍방울 등이 오래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만큼 ‘옛 허물’을 벗고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지닌 그룹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하고 있다.
▲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
15일 쌍방울그룹에 따르면 올해 그룹으로서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쇄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쌍방울은 국제외환위기(IMF) 당시 부도가 난 뒤 2010년대 중반까지도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모회사 광림이 추진하고 있는 전방위적 사업 다각화 전략을 바탕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쌍방울그룹은 2014년 쌍방울(속옷회사), 2016년 나노스(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2018년 케이에스와이위너스(기업 인수 및 투자업), 2019년 남영비비안(속옷회사), 미래산업(반도체 검사장비), 포비스티앤씨(소프트웨어 개발·유통) 등을 인수 및 설립하며 신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계열사 인수 등으로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면 ‘그룹’으로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외부에 쌍방울그룹의 변화가 알려진 첫 신호탄은 40대인 김세호 쌍방울 대표이사의 깜짝선임이었다.
이와 함께 부회장 수도 6명으로 늘려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부회장들이 각각 계열사를 맡는 역할분담도 이뤄졌다.
부회장들은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젊은 대표이사들을 뒤에서 돕는 원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쌍방울그룹의 설명이다.
올해 그룹 미래전략기획실을 새로 만들고 그룹 신사업팀을 꾸리는 등 그룹 차원의 조직정비도 진행했다.
그룹 미래전략기획실에만 부회장 3명이 적을 두고 있어 그룹 계열사 시너지 및 신사업 방향 등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맡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발맞춰 쌍방울그룹 계열사 CEO들도 오래동안 뜸했던 외부 활동을 점차 활발하게 진행하며 각 계열사 CEO들의 전문성과 더불어 ‘젊고 활기찬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6월부터 그룹 이름을 전면에 걸고 김세호 쌍방울 대표, 이규화 남영비비안 대표, 선종업 미래산업 대표, 양선길 나노스 대표이사 등이 직접 등장한 TV광고를 선보였다.
대표이사들이 이어가며 각오를 외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광고는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되며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 쌍방울그룹 마스크 광고 화면. 김세호 쌍방울 대표이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규화 남영비비안 대표이사, 양선길 나노스 대표이사, 선종업 미래산업 대표이사. <쌍방울>
또 김세호 대표는 젊은층들이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등과 함께 출연하는 등 오래된 느낌의 ‘쌍방울’이라는 이름에 젊은 이미지를 덧대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김성태 회장이 직접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 장병 복지, 취약계층 아동 지원 등 그룹 대외활동을 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각 계열사 CEO들의 대외활동 및 경영보폭이 한층 넓어진 모습니다.
‘쌍방울’이라는 이름은 이봉녕 이창녕 형제가 창업한 회사라는 의미의 雙(두 쌍), 鈴(방울 령)에서 따온 이름으로 창업주와 관계가 끊긴지 20여년이 지난 데다 광림 자회사로 있지만 김성태 회장이 그룹의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회장도 전북 남원 출신인 만큼 전북을 기반으로 설립 및 성장한 쌍방울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8년 나노스의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 1200억 원 투자 및 2020년 쌍방울 남영비비안의 전북 익산시 국가산업단지 300억 원 투자 등 그룹의 주요 투자계획이 전북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쌍방울그룹이 그룹 전열을 갖춘 뒤 쌍방울과 남영비비안 등을 앞세워 추진하고 있는 핵심사업은 코로나19로 가능성을 엿본 마스크 등 방역사업이다.
방역물품 등에서 뚜렷한 ‘1등 브랜드’를 차지한 기업이 없는 만큼 그 틈을 노려 마스크를 시작으로 위생 및 방역 관련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이밖에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은 소비자들에게 속옷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란제리 클라쓰’와 오프라인 잡지 ‘맥앤지나’를 선보이는 등 젊은층을 겨냥한 콘텐츠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쌍방울 관계자는 “속옷사업 자체가 성장사업은 아닌 만큼 기존 기조를 유지하며 젊은층을 겨냥한 온라인사업을 강화하는 단계”라며 “중견기업으로서 위생 및 방역사업에서 성장기회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