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5-19 15: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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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임상1상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등은 정부와 협력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 회장.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임상1상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면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더나는 18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임상1상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이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은 모두 8곳인데 모더나가 가장 먼저 긍정적 임상1상 결과를 발표했다.
모더나는 올해 안에 임상3상을 시작하고 2021년 초까지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더나는 현재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5억 달러(약 6133억 원)의 연구 자금을 받는 등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모더나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넥신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넥신은 3월 DNA백신 ‘GX-19’를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시작했고 5월 안에 임상시험 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6월에는 임상1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넥신은 DNA백신 생산업체를 바이넥스로 선정했는데 바이넥스는 18일 ‘GX-19’의 임상 목적 원제약품 및 완제의약품 생산을 마쳤다. 사실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제넥신과 비슷한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시작했고 9월 임상1상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공고한 코로나19 백신 관련 국책과제인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 개발’사업 담당으로 뽑혀 정부 지원도 받고 있다. 또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으로부터 백신 연구개발 지원금 약 44억 원을 받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항체 치료제를 이용한 백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항체 치료제가 항체의 반감기인 2~3주 정도까지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어 치료제 뿐만 아니라 백신 기능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기술이나 속도에서 차질없이 가고 있다”며 “백신은 올해 말이나 다음해 초까지 임상이 끝날 것이며 이를 규제기관이 승인해준다면 2021년 상반기에는 인체에 투입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을 하루 빨리 개발하려면 정부의 임상절차 간소화는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치료제와 달리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맞게 새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1상, 2상, 3상 등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수백 명의 사람이 참여하는 확대 임상1상을 임상2상으로 인정해주고 임상3상을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내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넥신은 최근 식약처에 일반적으로 6개월 걸리는 독성시험의 면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미국과 약 6개월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민간국제협력을 통해 빠르게 국산 백신을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합성항원백신과 DNA백신, 바이러스전달체(mRNA)백신 등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