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운영을 주도하는 데 충분한 의석 수를 차지한 데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국회가 적극 힘을 실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일하는 국회'를 위해 기존 국회 관행을 깨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3일부터 본격적으로 20대 국회 마무리와 21대 국회 원구성 논의를 시작한다.
국회법에 따른 원구성 마감 시한이 6월8일인 만큼 여야 원내 지도부는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꾸준히 법사위, 예결위 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차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법사위가 국회법 제86조 제1항에 따라 각 상임위를 거친 법률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맡고 있어 ‘국회의 상원’으로 불릴 정도로 법안 통과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예결위원장은 예산안 처리 절차에 모두 관여하고 정부와 협의해 예산안을 최종 편성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김 원내대표로서는 통합당이 법사위와 예결위를 통해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의석 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통합당에 초, 재선 의원 비중이 높아 여당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힘을 받고 있다는 점도 김 원내대표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문제는 17대 국회 이후 관례적으로 법사위와 예결위 위원장을 야당에서 맡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법에는 법사위와 예결위 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특별한 제한이 없지만 김 원내대표로서는 16년 동안 여야 합의로 이어진 국회 관행을 깨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177석의 의석 수를 확보한 만큼 협상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어 김 원내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협상을 우선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원구성과 관련해 표결처리도 가능함을 내비치며 미래통합당에 압박을 가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1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제가 원내대표를 3번 했지만 현재 민주당의 의석 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법사위, 예결위를 절대로 야당에 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적 위기 극복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김 원내대표에 명분이 있다.
김 원내대표는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총선의 민의를 보면 코로나19 위기를 제대로 극복해라, 이렇게 국민들께서 우리 국회에 명령하고 있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국회 개원을 무기로 해서 야당의 발목잡기나 트집잡기, 이렇게 끌려가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바랄까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가 십각한 상황에서 통합당이 원구성에서부터 민주당의 발목을 잡기 어렵다는 점도 김 원내대표에게는 유리한 점이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협상의 달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통합당이 통합당이 납득할만한 상임위 구성안을 제시해 원만하게 원구성을 마무리 짓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처음부터 대여 강경 투쟁을 내세우지 않는 이상 김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원구성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하다가는 ‘오만한 여당’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거대 여당 민주당에 독선, 독점, 독주 등의 딱지를 붙이고 보수언론들이 이 논리를 확대재생산한다면 김 원내대표가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없앨 것이라는 방침을 내놓으며 법사위가 과거처럼 힘 있는 상임위가 아니라는 점과 일부 노른자 상임위원장 몫을 통합당에 넘기는 방식으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여러 차례 “의석 수 현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