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5-11 15: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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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문종 메디아나 대표이사 회장이 코로나19로 ‘환자 감시장치’ 판매를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
길 회장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기술력과 인지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길문종 메디아나 대표이사 회장.
11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업체 가운데 메디아나가 대표적 코로나19 수혜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메디아나는 환자 감시장치와 제세동기 등 의료기기를 주력으로 제조판매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메디아나는 코로나19로 산소포화도 측정기 수요가 급증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혈액에 충분한 산소가 있는지 측정하는 기기로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미국과 유럽에서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발주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환자의 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사용되는 의료현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염증이 많아지면서 폐가 망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아나는 미국 의료기기회사 메드트로닉에 개발제조생산(ODM) 방식으로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납품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부터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면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환자 감시장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메디아나는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디아나는 2020년 매출 770억 원, 영업이익 18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19년보다 매출은 60.4%, 영업이익은 225% 증가하는 것이다.
메디아나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장기적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의료기관들은 감염병에 상시 대응하기 위해 산소포화도 측정기 외에 다른 환자 감시장치도 구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디아나는 국내 환자 감시장치 판매량 1위 업체로 국내 종합병원의 50% 이상은 메디아나 제품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수출규모에서도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길 회장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아나는 글로벌 의료기기회사인 메드트로닉과 지멘스에 20여 년 동안 환자 감시장치를 공급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개발제조생산(ODM)사업은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길 회장은 오너경영인으로 2018년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길 회장은 지난해 영업이익을 2018년보다 123.8% 끌어올리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아지면 자체 브랜드로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길 회장의 전략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길 회장은 메디슨(현재 삼성메디슨) 해외영업부장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의료기기업계에 몸담고 있다.
길 회장은 우리나라가 의료기기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시절에 의료기기산업에 뛰어든 1세대 창업자이기도 하다.
길 회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메디아나를 창업을 한 계기를 놓고 “연세대학교 의용전자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희귀학과를 나온 덕분에 직장을 구하지 못해 미국 폴리텍에서 공부를 했다”며 “그 뒤 메디슨 해외영업부에서 일하게 됐고 이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의료기기회사 휴렛팩커드의 환자 감시장치 국내 대리점을 운영하며 어깨 너머로 익힌 기술을 토대로 1995년 메디아나를 세웠다. 휴렛팩커드의 제품은 고사양 장비라 주로 대형병원에 납품됐는데 길 회장은 중소형병원으로 중심으로 저사양 환자 감시장치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메디아나는 2000년부터 자체개발한 환자 감시장치를 미국 의료기기회사 코비디언에 공급하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고 ‘삼수’ 끝에 2014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