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 수주를 따내기 위해 '후분양과 미분양 떠안기' 카드도 꺼내들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반포자이를 비롯해 반포 도시정비사업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GS건설에 맞서기 위해 자금조달 비용부담이 크지만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분양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4일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공정률 70% 시점에 일반분양을 시작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입주 때까지 분양대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후분양 조건을 앞세우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은 "후분양을 하게 되면 조합에서 공사비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어 조합원들의 이자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와 함께 대출 절차에 소요되는 일정도 사라져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후분양을 하게 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도 분양가에 공시지가 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어 일반분양 수익이 늘어나 조합원의 분담금이 줄어드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강남지역은 지속적으로 공시지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후분양은 선분양보다 2~3년 뒤에 일반분양이 진행되기 때문에 높은 공시지가 상승률에 따라 더 큰 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후분양은 포스코건설뿐 아니라 삼성물산도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주거구역 단위)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에게 제안한 전략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가 올라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생기게 되더라도 이를 회사가 떠안는 대물변제방안까지 제시하며 수주전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하나의 주택에 두개의 독립된 세대를 구성해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분리세대, 세대 앞 전용 고급형 엘리베이터 추가 등을 내세우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다.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이 2개동 275가구, 공사비 1천억 원 정도의 소규모 단지임에도 포스코건설이 이토록 정성을 쏟는 이유는 한 사장이 올해 1월 정식 취임한 뒤 수익성 제고를 위한 도시정비사업 강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한 사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아파트 브랜드 홍보관 ‘더샵 갤러리’를 연 이유가 신반포 21차 재건축사업을 포함해 강남에 도시정비사업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조2천억 원 수주를 따냈지만 올해 들어 아직 마수걸이 수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을 포함해 지방에서 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포스코건설에게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은 비록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서울 강남에서 도시정비사업 교두보를 처음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포스코건설에 맞서는 GS건설은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에 '반포 프리빌리지 자이'라는 단지 이름을 내놓으며 인근 반포자이, 신반포4지구 등과 함께 대규모 자이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이 소형단지라 나홀로 아파트로 남아 제대로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단지 자이 아파트 생활권으로 편입해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반포21차 재건축조합은 5월2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다.
신반포21차 재건축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59-10번지 일대의 아파트 108세대를 헐고 지하4층∼지상20층 2개동 275세대를 새로 짓는 사업으로 포스코건설과 GS건설 2곳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