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0-04-29 15: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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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를 1분기 실적에 반영해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코로나19에 따른 은행업 악화에도 시장 기대를 웃도는 순이익을 내 기초체력이 탄탄한 점을 보여줬는데 라임자산운용 악재의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29일 증권사의 분석을 종합하면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에 파생결합펀드 충당금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 대손충당금(손실 우려가 있는 금액의 사전 비용 처리 계정)전입액은 11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0억 원보다 85% 늘어났다.
이 가운데 파생결합펀드 관련 충당금 350억 원이 포함됐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에 약 350억 원의 파생결합펀드 관련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이는 연내 만기도래하는 파생결합펀드에 관한 모든 예상 손실을 미리 반영한 수치"라며 "관련 손실 우려는 1분기를 기점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파생결합펀드 투자자에 관한 자율조정 배상도 93% 이상 진행돼 추가 불확실성 발생도 제한적이다.
과태료와 관련해 행정소송 절차가 남아있어 아직 법정 공방은 남아있지만 실적 관련 이슈는 사실상 해소된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29일 8440원으로 거래를 마쳐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 이전인 2019년 9월에 비해 30% 이상 낮아졌다. 코로나19와 초저금리 기조로 은행주 전반이 약세를 보인 영향을 받았지만 파생결합펀드 사태 관련 우려도 우리금융지주 주가를 짓눌린 요인으로 꼽혀왔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파생결합펀드 과태료 처분과 경영진 징계 등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었다"며 "파생결합펀드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자율조정 배상이 90% 이상 완료되었고 이미 밝혀진 이슈라는 점에서 지속적 악재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코로나19와 파생결합펀드 충당금 등 악재 가운데서도 1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점에 비춰 앞으로도 안정적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다.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에 충당금이 늘어났는데도 순이익 5182억 원을 내 시장기대치 4689억 원을 10.3% 이상 웃돌았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내 순이익 실적의 97%를 차지하는 우리은행이 실적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1분기 순이자마진(NIM)이 1.38%로 집계돼 2019년 4분기보다 0.01% 늘었다. 순이자마진은 자산운용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평가지표로 사용된다.
우리은행은 조달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에 집중해 수익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저원가성 예금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 통장,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낮은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우리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잔액은 2019년 4분기에 2019년 3분기보다 9.8% 늘어난 데 이어 2020년 1분기에도 4.8% 증가한 109조2460억 원을 보였다.
기준금리가 2019년 4분기보다 0.5% 낮아진 가운데 1분기 은행업계에서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순이자마진이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0.05%, 신한은행은 0.05%, 하나은행은 0.02% 낮아졌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몇 년에 걸쳐 이룬 안정적 수익 창출 능력과 탄탄한 건전성 관리 능력으로 불확실성이 큰 현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라임자산운용펀드 환매중단사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 등 잘못이 나타나면 실적에 추가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라임자산운용펀드 판매액은 3577억 원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에 관한 검사결과에 따른 제재와 분쟁조정 절차를 6월부터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8일 기자단 서면 간담회에서 "5월 내에 배드뱅크(부실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를 설립하고 6월이면 (제재에 관한)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제재 절차는 이르면 6월 중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