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이 자동차부품업체인 명신산업의 기업공개 주관을 통해 오랜 만에 상장주관시장에서 복귀한다.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30년 넘게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한 뒤 새 CEO에 올라 증권업에 약하다는 시선도 받았는데 명신산업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이런 평가를 벗어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23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명신산업 기업공개의 공동주관을 맡게 되면서 3년 만에 상장주관시장에 복귀한다.
비록 공동주관이지만 현대차증권은 2018년 주관한 스팩합병을 제외하면 2017년 세원의 코스닥 상장을 주관한 이후 명신산업을 통해 약 3년 만에 상장주관 실적을 쌓게 된다.
세원은 자동차 에어컨, 히터 등 공조장치 관련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2차 부품업체다.
명신산업 역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로 현대차증권은 세원에 이어 자동차산업에 속한 기업의 상장주관 트랙레코드를 추가하게 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명신산업 기업공개는 예비심사를 신청한 단계로 시장상황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아직 세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신산업은 1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기 위한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명신산업은 자동차 차체부품 생산업체로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테슬라 등을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이 세원에 이어 명신산업까지 기업공개주관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자동차산업 전문 상장주관사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다.
특히 최 사장이 1987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이후 자동차업계에서 30년 넘게 일했던 만큼 전문성과 인맥 등을 폭넓게 활용한다면 대형 증권사 위주인 상장주관시장에서 현대차증권이 틈새시장 공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최 사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에서 재경본부 본부장(CFO)를 역임한 재무전문가로 매우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3월 현대차증권 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할 때 증권사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공개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명신산업이 상장 추진을 결정한 데는 자동차업계 전문가인 최 사장과 현대차증권의 노하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명신산업이 테슬라에 부품을 납품하기도 하는 만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3월 중국 자동차시장의 판매량은 2월보다 43.4% 줄었지만 테슬라 차량 등록은 450% 늘었다.
현대차증권이 명신산업의 상장주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부동산투자나 대체투자분야에 치우친 투자금융(IB)부문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최 사장으로서는 2018년과 2019년에 2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낸 현대차증권의 성장세를 2020년에도 유지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기업공개(IPO) 주관,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등 전통적 투자금융(IB)부문은 대형증권사들이 실적을 독식하고 있는데 기업공개를 주관한 증권사에 주식발행이나 채권발행을 맡기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984억1300만 원, 순이익 718억4400억 원을 냈다. 2018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44.5%, 순이익은 42.1% 늘어 2018년에 보인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갈아치웠다.
현대차증권은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166억3100만 원, 영업이익 331억4500만 원, 순이익 246억1200만 원을 냈다.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17.7%, 순이익은 20.7%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