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황이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힘든 것으로 전망됐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14일 “지금부터는 향후 자동차업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필요하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긍정적 요인보다는 업황과 실적에 부정적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모습. <연합뉴스>
생산 차질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자동차업황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완성차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가동 재개시점을 밝힌 곳도 있지만 현재까지도 재개계획을 세우지 못한 공장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각 완성차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고정비 부담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딜러망 폐쇄에 따른 판매 손실까지 감안하면 2020년 2분기 이후의 실적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들의 자동차 수요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는 실업률이다. 신차 구매를 위해서는 안정적 소득이 필요하고 직업이 있어야 할부와 리스를 위한 신용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실업률이 최근 3.5%에서 4.4%까지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권 연구원은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자동차 수요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 실업률과 수요도 미국과 비슷한 궤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구매를 위한 오토론(Auto loan) 금리가 낮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에서는 할부와 리스를 통한 판매 비중이 높아 금리가 수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 오토론 금리는 2019년 초와 비교해 큰 변동이 없는 상태인데 이를 고려할 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권 연구원은 내다봤다.
신흥시장 수요도 불안하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중남미와 중동, 기타 유럽 등 신흥 자동차시장의 업황이 매우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20달러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던 2015~2016년에 중남미와 중동, 기타유럽의 자동차 수요도 덩달아 급감했다.
특히 한국 완성차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당시 신흥시장의 판매 비중이 다른 경쟁기업들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러시아와 브라질법인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으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중남미와 중동으로 수출하는 물량도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부족한 물량을 만회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 수출 비중을 높였는데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하자 재고가 늘었고 이를 밀어내기 위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보니 수익성이 하락했다.
권 연구원은 “수고스러웠던 과거를 상기하고 있고 당시와 다른 신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익성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일한 역사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