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정치권에 따르면 관악갑에서 유기홍 후보와 김성식 후보의 맞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관악구갑 선거구 후보자 명부에 10일 현재 김대호 전 후보의 이름은 삭제돼 있다.
통합당 후보가 없어진 만큼 사실상 보수후보 단일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식 후보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적이 있고 올해 2월까지 바른미래당 당적을 보유했던 만큼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만 보수성향의 후보로 분류된다. 통합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소속의 유기홍 후보보다는 김성식 후보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김성식 후보 측도 7일 김대호 전 후보의 통합당 제명이 결정되고 나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선거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보수표심이 민주당을 찍을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보수후보 단일화 효과를 기대했다.
투표용지 인쇄가 끝났지만 김대호 전 후보의 후보등록 무효 사실이 표기되는 만큼 유권자들이 통합당 후보로 착각해 투표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김 후보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0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전투표용지에는 김대호 전 후보의 후보등록 무효 사실이 표기가 되고 4·15총선 당일에는 투표장에 이 사실을 공고해 유권자의 혼란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 후보가 민중당,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 진보와 보수 정당을 넘나들며 여러 차례 당적을 옮겼다는 점에서 통합당 지지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두 끌어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는 1991년 지방선거에서 민중당 후보로 정치에 발을 들인 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당선됐고 바른미래당을 거쳐 무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나섰다.
하지만 유기홍 후보는 보수 후보 단일화가 선거 판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유 후보는 8일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를 통해 “19대 총선 때도 김성식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는데도 제가 이겼다”며 “지금은 김성식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오래돼 통합당 지지자들이 정체성이 같다고 판단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합당에서 제명된 김대호 전 후보는 6일 ‘30대와 40대는 논리가 없다’는 세대비하 발언에 이어 7일 ‘나이들면 다 장애인’이라는 막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통합당은 7일 김대호 전 후보를 제명하는 조치를 취한 후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했고 선관위는 후보등록을 무효로 했다.
유기홍 후보와 김성식 후보는 이번 총선이 5번째 대결이다.
2004년 17대,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유 후보가 이겼고 2008년 18대,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김성식 후보가 승리해 각각 2승씩을 나눴다.
유 후보는 교육분야에서, 김성식 후보는 경제분야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유 호보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자율형 공립학교,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등 공교육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역주민을 위해서는 19대 국회의원 당시 추진했던 서울대학교 제2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를 신설을 약속했다.
김성식 후보는 20대 국회에서 서민금융기관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영세한 음식점의 세금감면을 확대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서민에 도움이 되는 의정활동을 펼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를 활용해 청년창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체계적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등 창업생태계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김 후보가 38.4%의 지지를 얻어 0.8%포인트(1239표) 차이로 유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두 후보 이외에도 민생당 이승한 후보, 정의당 이동영 후보, 우리공화당 권미성 후보, 민중당 송명숙 후보, 국가혁명배당금당 김용태 후보가 관악갑에 출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