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정부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에서 대기업이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는 지적에 반박하며 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도산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은 위원장은 6일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문답 형식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100조 원 규모의 민생과 금융안정 지원 프로그램을 놓고 일각에서 부정적 시각이 나오는 데 대응해 설명을 보충하고 향후 계획 등을 알리는 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은 위원장이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에 힘쓰는 등 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일각에서 비판을 받았다.
대기업에 금융지원을 제공하기 싫어서 내놓는 핑계로 읽힐 수 있고 자구적 노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정부의 패키지 지원 프로그램으로 기업의 규모와 업종 등을 제한하지 않고 자금을 지원하려 하지만 기업의 자금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과 달리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일차적으로 은행이나 증권시장에서 최대한 자금 조달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대기업이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금리와 보증료율 등 측면에서 일정 부분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재원이 한정적인 만큼 대기업에 금융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혜택을 주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은 위원장은 앞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기업이 부담을 지는 방식과 범위는 조정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정부와 금융회사가 조성한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우수한 신용등급을 갖춘 기업의 회사채만 매입한다는 방침을 놓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가 망할 회사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살릴 회사만 살려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일시적 자금 유동성 문제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을 막겠다는 것은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며 "채권 매입 대상기업이 아니어도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 위원장은 채권시장 안정펀드의 자금부담이 지금보다 줄어든다면 신용등급이 낮은 일부 기업도 채권 매입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