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품 업계에 이변이 일어났다. 업계 진출 14년 된 ‘제로투세븐’이 이 업계에서 35년 동안 강자로 군림해온 ‘아가방’을 무너뜨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로투세븐의 지난해 매출액은 2400억 원으로 아가방앤컴퍼니의 1945억 원을 크게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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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 |
제로투세븐은 0살부터 7살까지 아이들의 출생과 성장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유아 및 아동 의류 브랜드 4개, 아기 화장품 브랜드 1개, 수입 브랜드 1개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닥에 지난해 등록했다.
제로투세븐은 매일유업의 자회사로 매일유업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 역시 매일유업 김정완 회장의 친동생이다.
후발주자인 제로투세븐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차별화 전략이다. 제로투세븐은 지난해 어린이 아웃도어 브랜드 '섀르반'을 선보였다. 아가방을 포함한 유아동복 브랜드 최초의 어린이 아웃도어 브랜드다. 옅고 밝은 색 주류인 얌전한 유아동 의류시장에 역동적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제로투세븐은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덴마크 디자이너 울리카의 패턴을 접목하고 자체 그래픽 전문 인력까지 보강했다"며 "이야기가 있는 제품 전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아용 화장품도 차별화 사례로 손꼽힌다. 기존제품과 다르게 제로투세븐은 유아제품 최초로 한방성분을 넣은 프리미엄 브랜드 '궁중비책'을 선보였다. 기존 베이비로션보다 가격은 1.5배쯤 비싸지만 제로투세븐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 상위 10개 제품 중 6개가 궁중비책 상품이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롯데면세점에도 입점했다.
제로투세븐이 급성장한 또 다른 비결은 온라인 유통망이다. 2000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함께 시작한 쇼핑몰은 지난 1월 기준으로 회원 수가 185만 명에 이른다. 유아동 온라인 종합쇼핑몰 1위다.
다른 유아동 전문회사들이 제한된 유통채널 탓에 매출을 올리기 힘든 상황인데 비해 제로투세븐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제한없이 소비자들과 접하고 있다.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외출이 쉽지 않은 전업주부는 물론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워킹맘들은 쇼핑을 위한 시간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과 시너지도 빠뜨릴 수 없다. 제로투세븐은 쇼핑몰에서 매일유업의 분유도 판매한다. 이를 통해 분유를 사려는 구매자들과 접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제로투세븐의 적극 행보는 모기업인 매일유업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일 수많은 유제품이 전시된 마트에서 경쟁을 벌이는 매일유업의 영업 분위기에서 적극적 판매전략을 배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가방, 보령메디앙스 등 기존회사들은 큰 경쟁 없이 경영을 유지해온 측면이 있었다"며 "제로투세븐이 공격적이고 과감한 영업전략을 펼친 것은 매일유업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