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0-02-24 16: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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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확대에 따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금지 조치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확산하면 대형건설사들이 관련 국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진행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24일 오전 코로나19 울산 두번째 확진자의 거주지인 울산시 중구 다운동 한 아파트 상가 주변을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외교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확대로 한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현재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 사모아, 사모아(미국령) 등 6개국이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등 3곳이 중동국가인데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지속해서 늘어나면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지역 국가도 한국을 향한 입국제한을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라크는 이미 중국인이거나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중동지역은 부족국가로 지냈던 전통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경험 등으로 호흡기 관련 전염병에 유독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중동국가의 한국을 향한 입국제한 강화조치가 확산할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은 중동국가 가운데서도 국내 건설사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곳으로 현재 대형건설사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 일부 건설사만 바레인에서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바레인 현장은 지난해 말 준공이 끝나 현재 발주처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바레인 현장에는 현재 한국인 직원 7명이 있는데 이 가운데 1명이 한국에서 휴가 중으로 바레인 복귀를 미뤘고 휴가 예정이었던 직원 3명은 바레인 현지에서 대기하며 휴가를 연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을 포함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사가 모두 진출해 있다. 이라크에만 1천 명이 넘는 건설사 직원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지역 강자로 평가되는 현대건설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페르시아만 인접국가에서 진행하는 공사 물량만 5조 원에 육박한다.
대형건설사 직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보통 3개월에 한 번씩 한국으로 휴가를 나온다.
이라크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입국금지 국가에 한국을 포함하면 휴가 직원의 복귀 불가, 신규직원 파견 불가, 직원 해외격리 등으로 프로젝트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사가 해외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휴가 등을 고려해 한 공정에 여러 명의 담당자를 두는 방식으로 현지 인력을 배치하는 만큼 입국금지 조치가 단기간에 끝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장기화한다면 프로젝트 진행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중동국가 특성상 이스라엘 사례처럼 갑작스레 입국금지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현장.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공정에 추가 인력 배치가 필요하거나 한 공정이 끝난 뒤 새로운 공정에 인력 배치가 필요한 상황 등이 발생하면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며 “중동지역 상황을 예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수주 확대 기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수주와 관련해 지난해 2006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성과를 냈는데 올해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중동정세 불안 속에서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들어 2월 초까지 해외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배, 과거 5년 평균보다 2.7배 늘었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중동지역 이월물량 등에 힘입어 올해 해외수주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입국금지 상황이 단기간에 끝난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장기화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는 각 현장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대응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