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고객가치’와 ‘과정가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연기사태로 증권업계 전반에 걸친 고객신뢰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정 사장은 올해 자산관리(WM)사업부에 새로운 성과관리체계인 OKR(목표와 핵심 결과 지표, Objective and Key Results)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OKR’은 목표(Objective)를 설정하고 핵심결과(Key Result)지표를 세운 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초 자산관리(WM)사업부 영업직원을 평가할 때 ‘과정가치 평가’를 도입했는데 OKR은 ‘과정가치 평가’를 더욱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정가치 평가는 수수료수익 등 실적 중심 지표를 없애고 고객과 소통하는 횟수, 고객 만족도 조사결과 등 고객 만족지표로만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OKR에서는 목표 달성 과정에서 결과를 달성했는지 뿐 아니라 어떠한 과정을 밟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고객과 과정을 중시하다 보면 자칫 내부에서 실적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직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고객가치와 과정가치를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스스로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 알고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만 생각하길 바란다”며 “제가 앞장서서 걸어가면서 여러분의 과정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실시한 조직개편에서도 과정가치를 강화하겠다는 정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자산관리 부문에서 자산관리(WM)지원본부를 영업전략본부로 변경했는데 이 역시 과정가치를 고도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연기사태로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를 향한 고객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연기사태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NH투자증권은 2019년 말 기준으로 개인고객 33명에게 141억 원 규모의 펀드를 판매했다.
우리은행(2531억 원), 신한금융투자(1697억 원) 등에 비해 판매규모는 적지만 1인당 판매규모는 4억2727만 원으로 신한은행 다음으로 많았다.
정 사장은 그동안 고객가치와 과정가치를 꾸준히 강조하며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그동안 노력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무색해질까 걱정되는 상황에 놓였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에게 가장 좋은 솔루션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결과만큼이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의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