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온라인 패션몰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쇼핑몰과 상품만을 집어내 보여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바로 서장훈 크로키닷컴 대표가 만든 ‘지그재그’다.
▲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
3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여성 패션쇼핑몰 추천앱 지그재그는 10대, 20대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으며 국내 패션의류부문 1위 모바일앱으로 자리잡았다.
모바일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월간 사용자 수(MAU)를 기준으로 2019년도 대한민국 모바일앱 사용자 순위를 조사한 결과 패션의류부문에서는 지그재그가 1위를 차지했다.
국내 10번째 유니콘기업에 오른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 사용자 수를 훌쩍 앞질렀다.
지그재그는 사용자 수뿐 아니라 내려받기 수, 이용시간 등에서도 국내 패션몰 1위다.
지그재그는 패션상품을 직접 사고팔지 않는다. 그저 독립된 플랫폼을 이미 갖춘 쇼핑몰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각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쇼핑몰과 상품을 골라 보여줄뿐이다. 지그재그의 성공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서 대표는 2012년 억대 연봉을 받던 소프트웨어회사 대표 자리를 그만두고 같은 회사를 다니던 윤상민씨와 ‘크로키닷컴’을 창업했다.
서 대표와 윤상민 크로키닷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둘 다 패션과 인연이 없는 IT(정보통신) 전문가다.
서 대표는 아주대 미디어학과를 졸업하고 병역특혜로 들어간 중소기업 ‘디지털아리아(지금의 지트리비앤티)’에서 적성을 찾았다.
디지털아리아는 스마트폰과 3차원(3D)앱 서비스에 필요한 내장형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기술벤처기업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제품에도 디지털아리아의 제품이 들어갔다.
서 대표는 2004년 디지털아리아에 입사해 개발실 팀장을 역임했고 2008년 디지털아리아의 자회사 ‘라일락’ 대표로 깜짝 발탁됐다.
라일락은 직원 7명의 회사였는데 서 대표가 맡은 뒤 직원 50명, 매출 100억 원의 회사로 커졌다. 라일락의 성장을 발판으로 모회사 디지털아리아는 201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 여성 쇼핑몰 추천앱 '지그재그' 홈페이지 갈무리.
서 대표는 디지털아리아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회사 운영에 관한 자신감을 키웠다.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 대표는 ‘글로벌화할 수 있는 것’, ‘모두가 부러워할 창의성을 지닌 제품’을 만들어보겠다는 당찬 포부 하나로 크로키닷컴을 만들었다.
지그재그는 스포츠 커뮤니티 관리앱 ‘Teamable’, 모바일 사전앱 ‘비스킷’에 이은 크로키닷컴의 세 번째 도전이었다.
서 대표는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겠다는 큰 꿈을 품고 만든 비스킷앱이 제품성을 인정받고도 시장에서 실패를 겪자 시장규모가 큰 의식주와 관련된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 대표는 음식, 주거 분야에서는 이미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패션 쪽에 승부를 걸었다.
2015년 6월 의류분야에서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그재그앱을 내놨다.
지그재그앱은 출시 4년 만에 누적 내려받기 수 1700만 건, 월간 사용자 수 250만 명, 누적 거래액 1조3천억 원을 돌파했다. 입점 쇼핑몰은 3700여 개, 상품 수는 690만여 개다.
2018년 한 해 거래액은 2017년보다 38.8% 늘어난 5150억 원을 보였다. 같은 기간 패션업계 스타트업의 대표적 성공신화로 꼽히는 무신사의 거래액은 4500억 원이었다.
패션을 모르는 서 대표의 무기는 ‘빅데이터’ 기술이다.
온라인 패션몰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의류상품 수는 늘어나지만 정작 고객이 사고 싶은 옷을 찾기 어렵다는 불편을 기술력으로 해소한 점이 온라인쇼핑세대의 마음을 적중했다.
지그재그는 고도의 데이터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여성 패션쇼핑몰과 상품의 큐레이션(여러 정보를 수집·선별해 새롭게 분류·배포하는 일)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관심 카테고리와 연령대, 스타일을 선택하면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소핑몰을 추천해준다. 상품 추천도 ‘스마트검색’서비스를 통해 제공한다. 사용자가 찾고 싶은 상품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쇼핑몰 필터로 설정해둔 조건에 맞는 상품이 인기순, 가격순으로 정렬된다.
각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같은 상품 키워드를 검색해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
크로키닷컴은 이제 지그재그의 수익화에 속도를 내며 다음 도약을 꾀하고 있다.
서 대표는 입점 쇼핑몰들로부터 수수료도 받지 못해 수익모델이 전혀 없던 지그재그에 2017년 12월 개인화 광고서비스 도입, 2019년 간편결제서비스 ‘Z결제’를 도입했다.
Z결제는 서비스 론칭 2달 만에 이미 상위 30개 쇼핑몰 가운데 21곳이 이용하면서 서비스 도입 매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그재그 무신사, 에이블리, 브랜디 등 국내 인기 패션앱들의 연간 거래액 등을 살펴봤을 때 지그재그가 패션앱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지그재그는 광고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간편결제서비스 역시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고객을 ‘락인’시키고 결제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손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