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보험금 지급률을 끌어올려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 기조에 발을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이 종합검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 보험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평판이 떨어지면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0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를 시작으로 보험금 지급률을 끌어올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최근 암보험의 요양병원 입원비를 일정조건이 갖춰지면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분쟁조정 수용률도 생명보험업계 평균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관련 재심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해왔다"며 “보험금 지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보험금 지급률을 높이려는 것은 기존에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며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말기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임원, 암수술 직후 입원 등은 직접 치료에 포함된다며 생명보험사들에게 재검토를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유독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보험사별 암입원보험금 분쟁처리 현황’에 따르면 금감원의 지급 권고건수 가운데 삼성생명이 ‘전부수용’을 결정한 비중은 7월1일 기준 43.8%로 집계됐다.
삼성생명과 함께 생명보험회사 '빅3'로 꼽히는 한화생명(81.1%)과 교보생명(71.1%)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생명이 태도를 바꾼 데는 금감원이 종합검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하반기 생명보험사 종합검사 대상으로 삼성생명을 지목하고 9월25일부터 10월25일까지 한 달 동안 본검사를 진행했다. 종합검사 결과는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소비자 민원건수가 가장 많은 데다 소비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일찍이 금감원의 이번 종합검사 대상으로 꼽혀왔다. 금감원이 4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킨 게 삼성생명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즉시연금과 암보험 분쟁은 삼성생명 등 대형보험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알아서 모범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삼성생명을 직접 들어 압박하기도 했다.
보험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소비자와 갈등으로 평판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산업이 저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반영해 사상 처음으로 2020년 순이익 목표치를 기존 1조 원에서 대폭 낮춘 7천억 원가량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면 삼성생명은 실적에 더욱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참여연대 등으로부터 암보험, 즉시연금 등의 보험금 지급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험금 지급률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의 압박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아무리 대형 생명보험회사라도 평판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