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19-12-05 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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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이혼 뒤 SK그룹을 분리해 경영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5일 SK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노 관장이 이혼조건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지주회사 SK의 주식의 절반가량인 42.3%를 요구한 것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우선 노 관장이 단순한 재산분할 대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주회사의 지분을 특정해 요구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SK그룹의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가 가장 위에서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로 최 회장은 11월27일 기준으로 SK의 주식 1297만5472주를 들고 있다.
SK 전체 지분 18.44%에 해당하는데 4일 종가 기준으로 3조2438억 원 규모다.
현재 노 관장은 SK 지분 0.01%에 해당하는 주식 8616주를 들고 있다.
노 관장이 요구한대로 최 회장이 주식을 넘겨준다면 노 관장의 SK 지분은 7.75%로 크게 늘고 최 회장의 지분은 10.7%만 남게 된다.
하지만 노 관장을 제외하고 최 회장과 동생, 사촌, 조카 등 최 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SK 지분이 11월27일 기준으로 모두 21.9%에 이르러 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관장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SK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최 회장과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SK의 3대주주가 돼 이사진 추천 등 경영에 참여할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이 때문에 노 관장의 SK 지분 요구는 최 회장이 향후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최 회장이 혼외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 한다면 노 관장이 자녀에게 SK 지분을 넘겨줌으로써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슬하에 딸 최윤정씨와 최민정씨, 아들 최인근씨를 두고 있고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사이에 낳은 딸이 있다.
노 관장이 SK그룹의 경영에 참여했던 경험이 없다는 점과 형제 사이에도 쉽지 않은 공동경영을 갈라선 부부가 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2대주주로서 SK그룹을 공동으로 이끌기보다 다른 요구를 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SK 지분을 요구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노 관장이 SK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지분교환 방식으로 다른 기업을 떼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안팎에서는 노 관장이 SK텔레콤을 원하고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SK가 11월 내놓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는 114개이며 이 가운데 비상장사가 95개다.
노 관장은 4일 최 회장이 제기한 이혼소송과 관련해 이날 서울가정법원에 반소를 제기하고 위자료 지급, 재산 분할 등을 요구했다. 앞서 최 회장은 2015년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녀가 있다고 공개하면서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노 관장이 이혼에 반대해 이혼조정은 2018년 2월 실패로 돌아갔고 이후 정식 소송절차가 시작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