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로 불구속 기소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과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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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
방위사업청은 2009년 전자전훈련장비 납품회사로 터키 방위산업체 하벨산을 선정했다. 당시 SKC&C는 하벨산과 독점계약을 맺고 있는 일광공영이 지정하는 국내업체에 하도급대금 32%를 재하도급 주는 조건으로 하벨산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일광공영과 SKC&C는 하벨산이 전자전훈련장비 소프트웨어를 신규로 연구개발한 것처럼 속여 납품했지만, 하벨산이 개발한 기존제품을 그대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9617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정 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정 사장은 2009년 당시 SKC&C 경영지원본부장을, 2010년 IT서비스사업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정 사장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정 사장은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SKC&C의 공공-금융사업부문장으로 임명됐고, 전임자로부터 전자전훈련장비 사업에 대한 인수인계도 받지 못해 실무자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업무영역이 넓었고 주로 금융프로젝트에 주력했기 때문에 전자전훈련장비 도입 사업에 구체적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 변호인은 “SKC&C는 하청업체일 뿐 방위사업청을 속일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며 “핵심장비를 담당한 재하청업체를 관리하는 위치에서 충실히 맡은 업무를 이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 사장으로 취임한 뒤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윤활기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을 준비하는 등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 사장이 최근 방산비리로 불구속기소 되면서 SK이노베이션 구조조정의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의 사장도 겸임했는데 최근 SK에너지는 김준 에너지전략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