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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jTBC 앵커 |
손석희 앵커의 '진심'이 시청자의 채널 선택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속 시원한 비판과 구체적 질문, 희생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 손석희식 재난보도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면서 jTBC 뉴스가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상파 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뉴스가 경솔한 언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1일 방송계에 따르면 20일 방송된 손석희의 JTBC '뉴스9'의 시청률이 2.972%를 기록했다. 채널A의 뉴스 특보가 0.646%, TV조선의 뉴스가 1.411%를 나타낸 것과 비교했을 때 두 배가 넘는다. 손석희의 뉴스9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2%대 후반과 3%대 초반을 오가며 종편 뉴스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의 일등공신은 손석희 앵커다. 연일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내리며 어록을 남기는 등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손석희 앵커는 20일 뉴스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를 놓고 어느 때보다도 고민을 하게 되는 요즘”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늘어나는 것은 사망자 숫자이고, 꼭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실종자 숫자”라며 “옮겨가는 그 숫자를 전해드리는 것이 언론이 할 수 있는 전부인가로 자괴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지나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착잡해졌을 국민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19일 뉴스 오프닝에서는 “세월호 구조 작업, 문제가 안 되는 곳이 없었다. 부처 이름까지 바꾸면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정부, 최소한의 안전규정도 지키지 않은 선박회사, 우왕좌왕하는 구조 당국, 사고가 난 지 하루 만에 모든 문제들이 드러났다”며 정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과 후속 대처들을 비판했다.
앞서 jTBC 뉴스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박진규 앵커가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에게 “친구가 죽은 걸 아느냐”는 질문을 해 시청자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손석희 앵커는 즉각 사과했다.
그는 고개 숙여 거듭 사과했다. “지난 30년 동안 재난 보도를 진행해 오면서 내가 배웠던 것은 재난보도일수록 사실에 기반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희생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 책임자로서 후배 앵커에게 충분히 알려주지 못한 나의 탓이 가장 크다. 깊이 사과드린다.” 그의 사과 이후 논란은 사그라졌다.
인간적 모습도 시청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전문가와 했던 인터뷰에서 그는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을 듣고 10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5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방송사고로 보는 뉴스에서 방송경력만 30년이 넘은 손석희 앵커가 10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상황이 그대로 방송됐다.
희생자 가족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손석희 앵커는 지난 17일 단원고 실종 학생 학부모와 영상을 통해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도중 자막을 통해 추가 사망자 소식이 전해지자 손석희 앵커는 즉각 제작진에게 자막을 넣지 말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며 인터뷰를 하던 학부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는 뉴스 본연의 기능도 잊지 않았다. 17일 방송에서 현장의 기자에게 “왜 공기 주입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내 시청자들과 가족들의 궁금증을 대변했다. 이후에도 부산대 조선학과 교수, 학부모, 생존자, 잠수기술자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그의 질문은 쏟아졌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를 놓고 언론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KBS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자극적 자막과 함께 방송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MBN 역시 취재원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절차도 없이 인터뷰를 진행해 보도국장이 직접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SBS는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기자들끼리 담소를 즐기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방송국이 직접 사과했다.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은 18일 열린 미디어콘텐츠포럼에서 “jTBC가 종합편성채널 4사의 저널리즘 확보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JTBC가 손석희씨를 보도본부 사장으로 영입하며 메인뉴스 형식이 바뀌는 등 방송저널리즘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며 “JTBC의 차별화가 종편의 제자리를 찾는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