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딸이 금호석유화학 임원으로 선임됐다.

금호가에서 최초의 여성경영인이 나온 것이다. 금호가는 그동안 여성의 경영참여를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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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상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일 임원인사를 통해 박주형 상무를 임원으로 선임했다고 7일 밝혔다. 박주형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1남1녀 가운데 둘째로 올해 36세다.

박 상무는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연수생활을 마친 뒤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했다. 박 상무는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에너지와 자원분야에서 일하다 과장으로 6월 퇴사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에서 구매와 자금부문을 담당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인사를 통해 구매와 자금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호가에서 여성이 경영에 참여한 것은 69년 역사상 처음이다. 금호가는 ‘남성상속’ 원칙을 지켜왔다.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가 ‘남성상속’을 승계의 원칙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금호가의 ‘남성상속’ 원칙은 금호가의 형제공동경영합의서에도 확인된다. 박인천 창업주 아들인 박성용, 박정구, 박삼구, 박찬구 4형제는 2002년, 2005년, 2006년 세 번에 걸쳐 총 10여 조항으로 된 그룹 공동경영 합의서를 작성했다.

2006년 작성된 합의서를 보면 제 3항에 “4가계는 각 가계 소유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식을 각 가계의 아들 직계에게만 상속하고 배우자와 딸 혹은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할 수 없다”고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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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또 이 합의서 6항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은 4가계의 아들 직계 중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식을 소유한 자만이 참여할 수 있으며 4가계의 딸이나 배우자, 배우자의 가족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에 절대 참여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이번 인사는 박찬구 회장의 지론과 닿아있다. 박 회장은 평소 능력이 있으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2012년 12월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해 금호가의 ‘남성상속’ 원칙을 처음으로 깨트렸다. 금호가 여성 3세 가운데 계열사 지분을 취득한 것은 박주형 상무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박 상무는 당시 주식보유목적을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권 확보 및 행사”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