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벌이고 있는 합병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삼성물산이 또 승리했다.
법원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이에 앞서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신청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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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번 가처분신청 기각으로 KCC가 주총에서 5.76%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 합병안 통과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합병안 통과를 위해 한 표가 아쉬운 삼성그룹의 입장에서 가뭄의 단비와 같은 법원의 결정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7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달 11일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 899만 주(5.76%)를 처분한 것이 부적절하다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처분한 행위가 정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사주 처분은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며 배임이나 대표권 남용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자사주 매각 목적은 합병승인을 위한 것”이라며 “이런 목적이 회사나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재판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합병안이 적법한 것으로 판단해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 자사주 처분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이 합리적 경영상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자사주 처분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필요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합리적 경영상 이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번 자사주 처분이 장외거래로 이뤄진 데 대해 “자사주 취득과 달리 처분은 방식을 제한하는 명문화한 규정이 없다”며 문제의 소지가 없는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KCC가 자사주를 매입한 가격도 “전날 종가에 따른 것은 합리적 경영판단”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가 두 건의 가처분신청에서 모두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물산은 큰 짐을 덜게 됐다.
특히 지난번 주총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은 비교적 삼성물산 승리 가능성이 높았으나 자사주 처분은 엇갈리는 판례 등이 있어 승소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법원이 1일 주총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자사주 처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불확실성을 키웠다.
삼성그룹이 확보한 삼성물산 지분은 13.82%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지분 7.12%의 두 배가 채 되지 않는다.
합병안 통과를 위해서 주총에서 찬성의견이 반대의견보다 두 배 많아야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KCC에 매각한 자사주의 의결권이 없으면 안 된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번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KCC는 주주총회에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으로서 든든한 우군을 잃지 않게 된 셈이다. 삼성물산은 법원의 가처분신청 기각을 반겼다.
삼성물산은 법원이 합병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인정했다며 가처분신청 기각의 의미를 부각했다. 삼성물산은 “무차별 소송으로 주주들의 정당한 의사결정 기회인 주주총회마저 원천봉쇄하겠다는 해외 헤지펀드의 의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주주의 지지를 모아 합병을 원활하게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법원의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기주식을 매각한 행위는 기업지배구조 관점에서 보면 말할 나위도 없이 전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확고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법원의 결정에 곧 항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두건의 법적 공방에서 승리했지만 합병은 아직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 국제적 의결권 자문기구 ISS가 합병반대의견을 권고하는 등 삼성물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적지 않다. 주총 표대결까지 가서야 합병성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승소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며 “표대결에서 승부가 날 것이므로 합병에 대한 긍정적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표대결은 박빙일 것”이라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결정이 기관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고 외국인도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