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ISS의 의견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총 표대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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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리 리테르니 ISS 사장. |
ISS는 3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의견발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절차가 관련 법을 준수하고 있다 해도 삼성물산 주식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ISS는 “삼성그룹이 밝힌 합병 뒤 시너지는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이라며 합병이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삼성그룹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ISS의 의견은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공정하지 않아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과 일치한다. ISS가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ISS의 의견에 대해 실망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ISS 보고서가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 의도 등 중요한 사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며 “이번 합병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것임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합병을 원활하게 마무리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ISS를 설득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들였다. 최치훈·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달 19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ISS와 접촉해 삼성물산의 의견을 전달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24일 “ISS에 합병 당위성에 대한 입장을 잘 설명해 ISS가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ISS로부터 합병에 긍정적 반응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ISS가 반대의견을 내면서 삼성그룹은 주주총회를 2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그룹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19.78%로 합병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국내에서 합병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법원이 지난 1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삼성그룹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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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그러나 국제적으로 공신력있는 기구인 ISS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의견을 냈기 때문에 주주총회까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합병 이후에도 삼성물산 경영권에 간섭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할 때 ISS가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의견을 낸 점은 더욱 뼈아프다.
특히 ISS의 의견은 국내 상황에 밝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삼성물산 주주 가운데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제외한 외국인 지분은 26.19%다. 이들이 대거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삼성물산 합병안은 부결될 공산이 높다.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도 흔들릴 수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 대부분은 삼성물산 합병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ISS가 합병에 반대한 이상 합병을 찬성할 명분이 약해졌다. 표대결에서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그룹이 어려운 표대결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ISS의 의견이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합병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날 삼성물산 지분 11.69%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1.11%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