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9-08-12 15: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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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가 하반기에 장기 인보험 판매를 강화하기 위한 공격적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실적을 방어하기 어려워진 만큼 수익성이 좋은 장기 인보험 판매를 늘려 실적 만회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12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뇌혈관질환과 유사암의 진단비를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높여주는 판촉행사를 8월까지 이어간다. 7월부터 행사를 진행했지만 신계약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기간을 늘리고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화재가 8월에도 뇌혈관질환 및 유사암 보험 부문에서 판촉행사를 벌이는 등 장기 인보험판매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사암이란 완치율과 발병률이 모두 높은 암으로 갑상선암이나 경계성종양 등이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
삼성화재는 또 독립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8월부터 공격적 성과급제도를 다시 시행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7월 둘째주까지 설계사에 3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잠시 200%로 줄였는데 8월 첫째주부터 다시 성과급 300%를 주고 있다.
주력인 자동차보험사업에서 손해율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장기 인보험시장에 힘을 실어 수익 확보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에서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확대된 데다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에 많이 쓰이는 추나요법에 보험이 적용되면서 지급 보험금이 늘어나 손해율이 크게 올랐다.
삼성화재는 상반기 순이익이 426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0% 감소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에 따른 기저효과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20% 넘게 줄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른 탓에 순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원은 “삼성화재가 2분기 시장기대치를 밑돈 순이익을 올린 가장 큰 요인은 2분기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5%포인트 늘어난 탓”이라고 봤다.
손해율은 보험료수입 가운데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게 되면 보험료를 다 받아도 손해액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료를 다시 인상해 이익을 방어하기도 쉽지 않다.
이미 올해 두 차례 자동차보험료를 올렸는데 한 해에 세 차례나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병택 삼성화재 자동차보험파트장은 2분기 삼성화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감독 당국이 공식적으로 자동차보험료의 3차 인상을 막지는 않는다”면서도 “3차 인상에 따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는 만큼 손해관리 강화, 사업비 효율화 등을 통해 손익 악화를 최대한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화재가 신계약 경쟁에 따른 일시적 비용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장기 인보험 판매를 늘려 수익기반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장기 인보험은 사망·상해·입원 등 생명과 관련한 보험사고가 났을 때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주는 보장성보험의 한 종류로 자동차보험이나 일반보험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보험으로 꼽힌다.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는 장기 인보험 손해율은 83.3%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4%포인트 낮아진 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7%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장기 인보험은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부문인 만큼 장기 인보험의 신계약을 늘려 미래 수익기반 마련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 인보험시장 역시 메리츠화재 등이 공격적 영업을 펼치고 있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화재가 과거처럼 삼성이란 브랜드 하나만 믿고 내세우기보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만한 상품을 '파격적 조건'에 선보이는 것이 필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삼성화재는 이전까지 소비자의 관심이 덜했던 유사암의 보장조건을 개선한 상품을 내놓는다거나 단 4일 동안만 뇌혈관질환의 보장비용을 500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확대된 상품을 선보이는 등 '게릴라식' 영업방식까지 선보이고 있다.
보험권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그동안 우량고객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관리하는 보수적 경영방식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자동차보험 등에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익성이 높은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더욱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