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일가가 지난해 비상장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3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에서 순이익의 무려 13배가 넘는 액수를 배당으로 받아갔다. 무리한 배당 챙기기라는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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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1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중근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는 부영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광영토건에서 총 100억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영토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억7천만 원에 불과하다. 최대주주로 있는 이 회장과 아들에게 순이익의 13배를 해당하는 돈을 배당했다. 상장사의 배당은 순이익의 2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리한 배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013년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13.1%였다.
이중근 회장은 다른 비상장 계열사에서도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챙겼다. 이 회장은 부영, 광영토건, 대화도시가스, 동광주택, 부영파이낸스 등에서 배당금을 받았다. 대화도시가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82억 원을 기록했는데 110억 원을 배당으로 책정했다. 이 가운데 이 회사의 지분 95%를 보유한 이 회장이 104억 원을 챙겨갔다. 이 회장은 동광주택산업에서 84억 원, 부영대부파이낸스에서 5억 원 등도 배당으로 받았다.
부영은 계열사 16개가 모두 비상장사다. 총수 일가가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해온 곳이다. 부영그룹은 2004년에서 2013년까지 10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의 자산순위에서 가장 많이 자산이 늘어난 그룹이었다. 순위가 2004년 36위에서 지난해 말 22위로 14계단이나 상승했다.
부영그룹의 계열사들이 비상장사이다 보니 일일이 공시할 의무가 없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이중근 회장의 보수 역시 공개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기업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무리한 배당을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부의 대물림을 위해 자녀 등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영업이익을 낸 뒤 배당으로 챙기는 경우도 많다. 부영그룹은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34.1%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 회장 일가는 지난해 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가시화하자 직접 지배하던 부영CNI와 신록개발 지분을 각각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에 넘겼다. 부영CNI와 신록개발의 내부거래 비중은 거의 100%에 이른다. 그래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부영CNI는 애초 이 회장과 부인이 각각 지분 35%를,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성훈 부영 전무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었다. 신록개발도 이 회장이 지분 35%를, 아들인 이 전무가 지분 65%를 소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