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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대모초등학교를 찾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관련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메르스 통설’도 깨지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확산에 따른 국민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강남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학생 여러분이 평소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생활주변도 깨끗이 관리하는 좋은 습관을 몸에 붙이면 이런 전염병들은 얼씬도 할 수 없다”며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학부모와 교사들에게도 “세계보건기구(WHO)도 메르스는 의학적으로 학교하고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권위있는 기구에서도 수업해도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을 찾았다.
김 대표는 양천구 메디힐병원, 보건소, 소방서 등을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메르스가 공기감염이 안 된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는 데 대해) 제가 환자나 격리자를 만난다든가 하면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아니면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6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메르스 사망자는 모두 19명으로 늘었다.
특히 4명은 만성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면역력이 약한 노령층에 위험하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사망자 가운데 40대도 처음으로 나왔다.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나서 메르스 공포를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기존의 메르스 통설이 속속 깨지면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밝힌 메르스 최장 잠복기도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최장 잠복기를 14일로 보고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머문 날짜인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12일 이후 감염 환자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6일에도 메르스 확진자 4명 가운데 3명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장 잠복기 설정이 무색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통상 알려진 잠복기인 2~14일 범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격리기간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보건당국이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이 약하다고 밝힌 점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메르스가 작은 침방울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환자와 2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면 감염우려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감염환자 가운데 다수가 2미터 이내 밀접접촉이 없었는데도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건강하고 노령층이 아닌 경우 감염우려와 사망확률도 적을 것이란 주장도 결과적으로 완전히 틀렸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감염된 92번 환자(27)는 젊고 건장한 20대 남성이었다.
삼성서울병원과 대전 대청병원에서 각각 감염된 142ㆍ143번 환자는 모두 31세 남성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위중한 것으로 알려진 35번 환자만 해도 30대의 젊은 나이인 데다 평소 건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치사율이 오락가락하고 있고 10대 감염 우려가 낮다는 애초 주장도 모두 뒤집혔다.
이처럼 보건당국이 홍보해 온 메르스 통설이 뒤집히면서 오히려 불신과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대형병원의 전문의는 “메르스 발병원인이나 치료대책은 정보가 아직 부족한 편”이라 “한국인과 중동인의 사례가 다른데도 무조건 이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조건 안심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할 것으로 호소하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6일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제 9차 메르스 긴급위원회를 열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지를 검토한다.
세계보건기구는 한국정부와 메르스 전염경로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벌인 결과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메르스가 발병한 국가들의 최근 자료를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