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의 거액 비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 원장은 한화생명 불법 대출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현장점검에 들어가면서 강력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최 원장은 오는 15일 최근 금융사고가 일어난 KB국민은행을 비롯한 10개 시중은행의 행장을 불러 간담회를 연다. 최 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사고에 대한 내부 통제 강화를 요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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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
최 원장은 14일 서울 금감원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매출채권 대출 사기와 국내 은행 도쿄지점의 부당 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를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금융사 직원들의 잇따른 비리·횡령사고로 금융산업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을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직원이 기본을 망각한 채 무사안일한 조직문화에만 안주해 왔다”며 “불량한 내부 통제와 임직원의 금융윤리 결여도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금감원은 곧바로 한화생명 불법대출 사건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그동안 보험회사는 비교적 금융 비리와 관계가 없다고 여겨졌는데 이번 사고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감원은 한화생명 조사를 끝낸 후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를 검토한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직원은 지난해 10월14일 법인 인감증명서를 도용해 대표이사 인감과 지급확약서를 위조했다. 이 서류를 받은 직원의 지인은 이를 대부업체에서 3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어 11월17일 위조인감으로 다른 금융회사에서 추가 대출을 받으려다가 한화생명에 덜미가 잡혔다. 한화생명은 자체 감사 후 직원을 지난해 12월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지난달 7일 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이 사건을 파악한 뒤에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소속 임직원의 위법·부당한 행위로 금융기관이나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한 경우 이를 인지한 즉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며 “한화생명은 대부업체에 원리금 상환 의무가 없음을 통지한 뒤인 지난 9일에야 사고 내용과 자체 조치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한화생명 내부통제시스템과 자체 감사 적정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사실 은폐를 위해 금감원 보고를 늦췄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임직원 회의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다 실기를 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최 원장은 잇단 금융사고의 원인을 안이한 금융권 조직문화와 윤리 부족으로 꼽고 있다고 한다. 그가 이날 간부회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은 기존의 그릇된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을 청산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사태 해결 및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은행·카드사·저축은행·보험사 등 금융 회사들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10년 이후부터 내부 직원에 의한 (금융정보) 유출이나 외부 업체와 프로젝트 과정에서 대부분의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며 “회사 내부와 외부에서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통제본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