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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수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5대 3대 2’ 구도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 체제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의 이런 구도가 철옹성처럼 유지되는 데 대해 이통3사가 이 구도를 깨야 할 만큼 상황이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우산 밑에서 이통3사가 기존 시장점유율 구도로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어 치열한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새로운 경쟁구도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통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비슷하게 바뀐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이동통신시장에 진출하면서 혁신적 요금을 내놓은 것과 같은 변화가 아쉽다고 말한다. 제4 이동통신회사의 출현이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내놓을 수 있지만 망구축 등의 부담 때문에 대기업이 몸을 사려 이 또한 기대가 어렵다.
◆ 요지부동 이통3사의 ‘5대 3대 2’ 구도
KT가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료로 개방하고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요금을 차등해 부과하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내놓은 지 9일로 한 달이 지났다.
KT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각각 지난5월 15일과 20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출시 한 달 만에 210만 명이 넘는 고객이 가입하며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와 달리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료로 개방했다는 점에서 이통3사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통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전체 가입자 가운데 50%를 넘는 106만 명을 확보했고 뒤 이어 KT가 60만 명, LG유플러스가 40만 명을 모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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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의 '밴드 데이터 요금제'는 이통3사 데이터 요금제 210만 고객 가운데 106만 명을 확보했다 |
기존 이통시장 경쟁에서 수년 동안 유지돼 왔던 이른바 ‘5대 3대 2’의 구도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 체제에서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이통3사가 신규가입자를 모집하기보다 기존 요금제에 가입했던 고객을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초반 경쟁양상이 신규 가입자를 끌어오기보다 기존 가입자의 요금제를 전환하는데 맞춰졌다”며 “이 때문에 기존 시장 점유율 구도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5대 3대 2 구도는 왜 철옹성처럼 유지될까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이통3사가 이 구도를 깨는데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점유율 꼴찌인 LG유플러스조차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이 무려 5763억 원에 이른다”며 “업계 꼴찌가 연간 영업이익 5천억 원을 올리는 시장에서 경쟁에 매달릴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통3사가 마치 합의라도 한 듯 거의 같은 요금제를 설정한 탓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가장 싼 요금제의 경우 이통3사 모두 2만9900원에 월 300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그 이상 요금제도 가격차이가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KT가 각각 구간별 요금제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홍보했지만 가격차이가 1천 원 가량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통3사가 내세운 가격경쟁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 5대 3대 2 구도 강화할수록 고객혜택 줄어
이통3사는 제각각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고객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큰 폭으로 낮출 것이라고 주장한다.
KT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 출시 당시 “새 요금제로 전환할 경우 1인당 평균 월 3590원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라며 “LTE 고객 1천만 명 기준으로 연간 총 4304억 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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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의 이동통신 서비스 '프로젝트 파이' (Project Fi) |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도 이통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을 반기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지난 30년 동안 유지돼 왔던 음성통화 중심의 요금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요금제 도입을 환영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 가운데 56%인 124만 명이 3만 원대 요금제를 선택하고 28%인 61만 명이 최저 요금제인 2만9900원 요금제를 선택하는 등 기존보다 낮은 약정요금을 선택하는 고객은 늘고 있다.
그러나 이통3사가 지금보다 더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눈치작전을 펼치는 탓에 소비자들이 더 큰 혜택을 누리지 못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SK텔레콤이 지난 5일 6만1천 원이었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5만9900원으로 낮추자 LG유플러스도 곧바로 6만900원 요금제를 5만9900원으로 내린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동통신사업을 예로 들며 5대3대2 구도를 타개할 신규 사업자가 나올 경우 고객의 혜택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구글은 ‘쓴 만큼만 돈을 낸다’라는 것을 모토로 내세워 데이터 10기가바이트(GB)를 10달러 (약 1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를 지난 4월23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이통사업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시행하지 않았던 파격적 가격이다.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 가입 대기자가 올해 여름까지 밀려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미국의 이동통신업체들도 일제히 요금을 크게 낮추거나 구글과 비슷한 데이터 요금제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이통3사가 모두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5대 3대 2 구도를 유지하려고 할 경우 고객들이 누리는 혜택도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제4이통사 설립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현재의 이통3사 체제로 5대3대2 구도가 당분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