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르스 확진환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정부와 의료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해외에서도 유례없는 메르스 확산 속도에 우리나라에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진 의료시스템을 수출해 의료한류를 일으키겠다던 정부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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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오른쪽)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메르스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사이언스는 2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집중조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메르스 자문을 하고있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한국에서 초기 3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가장 간단한 설명은 병원의 감염통제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언론들은 우리나라의 메르스 확산사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초기에 급속도로 감염자가 늘어난 부분에 대해 한국인의 유전자가 메르스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USA투데이는 “개발도상국보다 선진화한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메르스를 잘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많은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돼 추가발병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이 확산돼 보건당국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환자가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반응은 더욱 예민하다.
홍콩의 한 의사가 지난달 말 한국병원을 방문했다가 돌아간 뒤 메르스 의심증세가 나타나자 홍콩 보건당국은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한국 의료계와 교류를 중단할 것을 주문했다.
코윙만 홍콩 식품위생국장은 2일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한국, 특히 서울지역과 의학교류를 일시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코 국장은 “한국 어느 병원이 관련된지 알 수 없어 정보의 투명성이 우려된다”며 “WHO에 협조를 요청해 메르스 환자 발생병원 명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이 우리나라 의료산업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의료계는 외국인 환자 유치, 중동 국립병원 위탁경영 등으로 의료 선진국 이미지를 쌓아올려 왔는데 이런 노력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가 의료시스템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이다. 메르스가 발생한 중동지역에 중동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나라가 의료시스템을 수출하는 데 대해 자조섞인 비판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유례없는 메르스 확산은 감염병 확산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보건당국이나 감염 격리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병원 등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과거 완벽한 사스 대처가 우리나라 보건의료 수준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높였다면 이번에 반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