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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국산 스포츠용품 브랜드의 자존심을 세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 회장은 최근 패션브랜드 ‘KUHO’(구호)로 유명한 정구호 부사장을 영입했다. 스포츠용품에 패션을 입혀 브랜드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윤 회장은 휠라코리아의 부진했던 경영성과를 서서히 개선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 ‘아큐시네트’가 내년 미국증시에 상장을 추진해 기대도 커지고 있다. 휠라코리아의 대표브랜드 ‘휠라’가 국내보다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윤 회장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해외 브랜드에 자리를 내준 국내시장에서 국산 브랜드의 자존심을 어떻게 회복할지 고민이 깊다.
◆ 도약 꿈꾸는 휠라코리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최근 제일모직에서 일하던 정구호 부사장을 영입해 그에게 부사장 직함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직함을 동시에 맡겼다.
정 부사장은 제일모직의 ‘KUHO’(구호) 브랜드로 유명한 인물이다. 롯데호텔을 비롯해 여러 호텔의 직원 유니폼도 직접 디자인했다.
정 부사장은 취임 소감에서 "휠라코리아의 인적자원과 글로벌 지사와 시너지로 소비자들이 직접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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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구호 휠라코리아 부사장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
윤 회장이 국내 패션업계의 리더인 정 부사장을 영입한 배경을 놓고 업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윤 회장은 정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라는 자리를 최초로 도입했다. 휠라코리아는 정 부사장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지 않지만 휠라코리아의 국내외 디자인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휠라코리아가 대표 브랜드 휠라를 비롯해 골프용품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정 부사장을 영입한 것”이라며 “정 부사장 영입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휠라코리아, 자회사 상장 기대감 높아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1분기 이후 계속 부진을 겪어왔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의 여파로 국내시장의 전반적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
최근 들어 휠라코리아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 줄어든 277억 원에 그쳤지만 미국법인 사옥이전 비용을 제외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휠라코리아는 매출이 올해 1분기 215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다”며 “올해 1분기 실적은 휠라 브랜드가 시장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고 진단했다.
휠라코리아가 자회사 아큐시네트를 내년 미국증시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휠라코리아의 경영실적 개선에 호재다. 휠라코리아는 아큐시네트를 2011년 인수했다. 아큐시네트는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보유하며 1년 매출이 1조4천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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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라코리아는 2016년 골프용품 자회사 '아큐시네트'의 미국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
윤윤수 회장은 아큐시네트를 인수할 당시부터 미국시장에 중점을 뒀다. 윤 회장은 “미국의 정서와 환경에서 성장한 브랜드는 철저히 그 DNA를 살릴 수 있게 해야 명품이 유지된다”며 아큐시네트의 명품 이미지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휠라코리아는 아큐시네트가 상장하면 지분 33%를 보유하게 되는데 지분가치가 최소 5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휠라코리아가 국내보다 미국에서 사업이 더 잘 되고 있다”며 “미국법인의 올해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윤윤수, 휠라를 한국의 나이키로 만들 수 있을까
이렇게 휠라코리아의 사업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윤 회장의 고민은 깊다.
글로벌 대표 스포츠용품회사들이 탄탄한 내수시장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휠라코리아는 미국 등 해외실적은 우수한데 국내실적이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포츠용품시장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와 화승스포츠의 ‘르까프’ 등이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과 경쟁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자금력을 앞세운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인기 스포츠팀과 스포츠스타 스폰서를 통해 시장을 점령해나가면서 국내업체들은 존립을 위협받을 정도로 입지가 좁아졌다.
휠라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윤 회장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전거와 학생용 고가 책가방, 수상스포츠 용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초등학생용으로 내놓은 책가방 가격에 거품이 잔뜩 꼈다는 부정적 보도가 연일 나오면서 회사의 이미지만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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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라코리아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대표팀의 단체복을 후원하는 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휠라코리아> |
내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가정책을 쓸 수도 없는 형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에 밀리는 상황에서 저가정책을 폈다가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팀 단체복을 후원하는 등 휠라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휠라코리아가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중국의 스포츠용품 브랜드 ‘361°’의 광고판이 온 경기장을 휘감았다”며 “중국은 361°와 리닝, 일본은 아식스와 미즈노라는 걸출한 내수 브랜드가 있는데 이에 비하면 국내의 내수 브랜드는 초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