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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윤갑한(오른쪽)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2014 임금협상 단체교섭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에 벌써부터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생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 하지만 노조가 해외공장 생산물량을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르면 오는 2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을 시작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5일 110여 쪽에 이르는 단체협상 요구안과 12쪽 분량의 임금과 별도 요구안을 회사에 공문으로 보냈다. 단체협상 요구안은 50개, 임금과 별도 요구안은 14개 항목으로 돼 있다.
이 요구안에 ‘국내공장 신증설 시 즉시 검토하고, 국내 및 전체(해외 포함) 생산량에 대해 노사가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 노사는 그동안 국내 생산량만 합의해 왔는데 노조가 이를 해외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노조는 국내공장 생산량이 사실상 정체된 반면 해외공장 생산량은 갈수록 늘어나자 조합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을 반영해 이런 요구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전체 생산량에서 국내공장 비율은 2001년 94.2%에서 지난해 37.9%로 급감했다. 노조는 국내공장 비율이 2020년에 28.4%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공장 생산량도 2011년 189만 대, 2020년 예상생산량 190만 대 수준이어서 사실상 정체됐다. 반면 해외공장 생산량은 현재 310만 대에서 2020년 48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노조는 예상된다.
현대차는 해외생산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환율이 급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가 환율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현지공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현대차도 해외공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서 현대차 4공장과 5공장을 잇따라 착공한다. 지난달 4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3분기에 5공장을 착공한다.
현대차는 또 미국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에 제2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인도 제3공장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는 2010년에도 국내외 공장의 생산비율을 노사가 사전협의로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안팎의 부정적 여론에 밀려 제안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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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담당 부회장 |
현대차는 노조의 요구에 대한 공식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임단협을 시작하기도 전에 노사갈등이 부각될 경우 현대차의 대외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 최대한 말을 아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여철 노무 담당 부회장 등 현대차 고위 경영진은 노조가 요구한 내용의 상당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역에서도 현대차 노사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울산노사발전연구원은 19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사분규와 파업이 울산경제를 침몰시키는 원인”이라며 노사분규와 파업자제를 촉구했다.
울산노사발전연구원은 “울산경제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해마다 벌어지는 노사분규가 결국 울산을 망치고 있다”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6년째 울산공장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잦은 파업과 무리한 임단협 요구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사발전연구원은 과거 현대그룹과 공기업의 노조위원장 출신들로 구성된 단체로 노사화합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