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고령화 사회에서 삼성전자의 사업기회 찾는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령화 사회에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한국사회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 플랫폼과 의료기기 개발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고령화 사회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 삼성그룹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IT역량과 의료, 바이오 등을 융합해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됐다. 이 재단은 국내 최대 의료시설 가운데 하나인 삼성서울병원과 복합실버타운인 노블카운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이사장 선임을 기반으로 고령화에서 삼성전자의 사업기회를 찾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전자, 의료기기에서 플랫폼까지

삼성전자는 소비자가전(CE)부문 안에 있는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을 통해 의료기기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의료기기사업은 주로 사물인터넷기술을 통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의료기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안에 디지털 보청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 리스닝 디바이스’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어도 내년 갤럭시S7 출시에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치는 기존에 허리에 매던 보청기의 중계기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무선으로 리시버와 연동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건강관리기능이 탑재된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핏’을 내놓는 등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워치가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보청기능은 주로 노인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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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플랫폼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스라엘 사물인터넷 신생기업 ‘마이비트앳’과 집안에서 노인들의 행동변화와 건강 이상 신호를 포착해 보호자에게 원격으로 알리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마이비트앳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노령층의 거주지에 스마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의 총괄 아래 삼성전자의 센서기술과 마이비트앳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합치려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평상시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독립적으로 살기 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겨냥해 이번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령화에 따라 바이오시밀러도 급성장

이 부회장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바이오시밀러사업의 성장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원조 바이오약품을 본떠 만든 복제약이다.

바이오시밀러사업은 유럽 등 선진국들이 고령화가 진행돼 의료보험 재정난을 겪으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복제약은 원조약품보다 단가가 낮아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보아오포럼에서 “고령화로 세계에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관절염 치료제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의도로 풀이된다. 관절염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2월 유럽보건당국에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랠의 복제약 SB4의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3월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 SB2의 판매허가도 신청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국내에도 SB4의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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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 전경

◆ 하나로 통합된 종합 헬스케어 서비스 구축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사물인터넷을 통해 노년층의 건강관리와 이상징후 감지, 원격진료와 치료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병원, 보험사, 제약회사와 합작을 통해 헬스케어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타운 등 노인들의 주거지와 병원을 연계하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IT와 제약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국내에서 노블레스타워 등 실버타운에 통신기술을 활용한 응급호출과 위치감지 등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인 노블카운티의 경우 삼성서울병원과 연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발과정에서 시너지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과 협력해 스마트폰에서 난청을 확인하는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루하오 중국 헤이룽장성 성장과 실버산업과 관련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루하오 성장은 중국 차기 지도자 7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헤이룽장성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낮은 기온 덕분에 항상 온도를 관리해야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에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도 4천만 명에 이른다.

루하오 성장은 당시 “삼성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실버산업을 고려하고 있고 헤이룽장성에 사업협력 을 제안해 왔다”며 “삼성그룹을 방문해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왜 고령화에 주목하는가

이 부회장은 IT모바일 분야와 의료, 바이오사업을 융합해 성장이 주춤한 모바일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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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활용강좌에 참여한 노인 수강생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억 원까지 떨어졌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분야의 영업이익이 1조 원대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올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 출시 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모바일시장의 성장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산업의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모바일 헬스케어의 주요 대상인 동시에 구매력도 높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실버경제의 규모가 세계적으로 15조 달러(15경89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보청기 하나만 해도 세계시장 규모가 12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보아오 포럼에서 “앞으로 스마트폰시장이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모바일 기술을 기반으로 병원 의사 환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거나 자가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응용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