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왼쪽부터 토니 에벗 호주 총리와 앤드류 롭 호주 통상투자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이 8일 한-호주FTA에 서명한 후 웃고 있다.<뉴시스> |
한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이로써 자동차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더불어 호주로부터 수입하던 에너지 자원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다만 농축산업계는 호주제품 때문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앤드류 롭 호주 통상투자장관은 8일 청와대에서 한-호주 FTA에 공식 서명했다. 이 자리에 한국을 방문한 토니 에벗 호주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함께했다.
양국은 2006년 협상을 시작해 그동안 여러 번의 만남을 거쳐 7년4개월 만에 협정을 성사시켰다. 이제 두 나라 의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면 조약이 정식 발효된다.
FTA가 발효되면 관세 대부분이 3년 내 철폐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자원 부문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산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해 호주에 총 3만5551대를 수출했다. 업체별로 현대차 6만9천여 대, 기아차 2만6천여 대, 한국지엠 4만여 대 등이다. 호주는 국내 완성차 수출국 중 4번째로 큰 시장이다.
한-호주 FTA가 발효되면 우선 가솔린 소형차와 중형차 등 20개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 5%가 없어진다. 나머지 품목에 대한 관세도 2년 뒤에 철폐된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기회에 도요타 자동차를 꺾고 호주 시장 점유율 1위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호황이 기대된다. 국내 대표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호주시장에 3만8천여 종의 부품을 수출하며 연간 4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더 늘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수입 측면을 보면, 우리나라가 호주에서 수입하는 물량의 80%가 에너지 관련 자원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한 철광의 72%, 석탄 44%, 알루미늄 77%를 호주에서 수입했다. 관세가 철폐되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 자원을 들여올 수 있게 된다.
다만 농축산업계는 이번 한-호주 FTA가 반갑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쌀과 과일류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쇠고기는 양보했기 때문이다. 호주산 쇠고기에 붙는 관세율 40%가 매년 2.6%씩 사라져 15년 뒤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지난해 수입한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 점유율은 55.6%이었는데, 이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축산업계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국회 비준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