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픽업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가 크게 늘면서 현대기아차가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현대차 2공장을 지어 늘어나는 SUV 수요에 대응하는 방안과 함께 픽업트럭 출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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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픽업트럭과 SUV가 미국 자동차시장의 회복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SUV와 픽업트럭을 포함한 경트럭 판매가 11% 증가한 반면 승용차 판매는 1.6% 감소했다.
4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4월보다 4.6% 증가한 145만 대를 기록했다. 4월로서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른바 미국 빅3로 불리는 자동차회사들도 SUV와 픽업트럭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시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지난달 모두 5%대 성장률을 보였다.
GM은 승용차 판매가 지난해 4월보다 12.2% 줄었으나 픽업트럭 등 소형 상용차 판매가 17.7% 증가했다. 포드 역시 지난달 SUV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이상 증가하면서 4월 실적으로는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4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시장점유율도도 뒷걸음질쳤다.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월보다 0.1%포인트 감소한 4.7%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4월 판매량도 0.7% 감소했고 시장점유율도 0.2%포인트 내려간 3.7%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픽업트럭을 출시하고 SUV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픽업트럭과 SUV는 그동안 연비효율성이 낮아 미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지만 최근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신차 판매량 1650만 대 가운데 픽업트럭이 225만 대 가량으로 전체 판매량의 15% 가까이 차지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픽업트럭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 미국 내 판매량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 가운데 픽업트럭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은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올해 초 모터쇼에서 픽업트럭 콘셉트카를 선보였지만 생산에 나설 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픽업트럭시장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빅3 업체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또 픽업트럭 수요층도 보수적 성향이 강해 외국업체가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도 지난달 말 열린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시장 내 픽업트럭 양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사장은 “북미는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87%일 정도로 충성도가 높고 아세아와 중동, 중남미도 일본 브랜드가 57%를 장악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또 미국에 제2공장을 설립해 늘어나는 미국 내 SUV 수요에 대응하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남동부에 앨라배마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 공장은 연간생산량 30만 대 규모로 현재 쏘나타와 아반떼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싼타페는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도 현대차의 미국 2공장 설립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제2공장 증설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미국에서 SUV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공장증설뿐 아니라 어떤 차종을 중점적으로 투입할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